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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태 24,37-44(훈화) 본문
▥ 대림 제1주일 마태 24,37-44
깨어 기다리는 대림시기. 대림 1주 복음을 묵상하다가 의문이 듭니다.
이 시대에 깨어 기다린다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요.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는 것이 죄도 아닌데 왜 이들은 홍수가 닥쳐 모두 휩쓸어갈 때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걸까요.
들에 함께 있던 사람을, 맷돌질 함께 하던 사람들을 도대체 무슨 이유로 갈라놓는단 말입니까.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던 이들을 하나는 남기고 하나는 데려가는 그 기준이란 게 도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현 시대에 비추어 복음을 알아듣고 싶다는 지향으로 묵상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습니다.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는 행위 자체야 무슨 죄가 되겠냐마는, 자기 사는 일에 지나치게 급급한 나머지 다른 사람들을 염려하지 않고 지극히 당연한 일상조차 누리지 못하는 이들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 아닐까요. 내 이웃을 보지 못하는 눈은, 닥쳐오는 홍수 역시 볼 수 없지 않겠습니까.
같은 일을 하는 사람에 대한 말씀도 역시 마찬가지로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요즘도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일을 하면서도 전혀 다른 대우를 받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바로 그들이지요. 마지막 날 들에 있던 두 사람을 갈라놓을 기준은, 맷돌질 하던 두 사람을 갈라놓을 기준은 세상의 기준과 반대가 아니겠습니까. 바로 옆 사람의 부당한 대우를 보지 못하는 혹은 보지 않으려했던 그 눈은 역시 닥쳐오는 홍수를, 닥쳐오는 마지막 때를 알아보지 못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사람의 아들이 오는 날 사람을 가르는 기준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죄’가 아닙니다. 내 이웃을 보지 못하는 눈, 나 자신만을 향하는 눈이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게 하고 사회악을 묵인하게 하여 세상을 점점 타락시킵니다. 재림 때 다시 오신 예수님이 우리를 갑자기 무시무시한 어둠으로 쫓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봐야할 것을 거부했던 나 자신의 어두운 마음이 점점 시야를 좁히고 좁혀, 결국 나 자신을 어둠에 갇혀버리는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깨어 있어라, 준비하고 있어라 하시는 것은 무조건 ‘맞이하라'는 것도 아니요, 단순히 ‘깨어있음’과 ‘준비’ 그 자체도 목적은 아니지요. 도둑이 오면 뚫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 주인이 오면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는 것이 목적이겠지요. 내 이웃을 볼 줄 아는 눈,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눈이 도둑도 알아보고 주인도 알아보고 결국 사람의 아들도 알아볼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눈은 어디를 향해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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