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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 본문

雜食性 人間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

하나 뿐인 마음 2013. 10. 21. 01:29


청년논객 한윤형의 잉여탐구생활. 어크로스.


논객으로 워낙 이름이 나 있는 사람의 책이라 궁금하기도 했고 조금씩 멀어지고??있는 청춘이라는 세대와의 거리를 좁히고 싶었다. 그들이 바라보는 또다른 시선의 세상도 궁금했고. 몇 년 동안 블로깅했던 글들을 모으고 다듬어서 출판했기 때문에 그 당시와 지금까지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진단되어야할 문제들을 골고루 잘 다루었으며, 개인적으로 나는 꽤 많은 분량을 허락한 '사람들은 왜 파업을 불편해 할까'라는 글을 특히나 주의 깊게 읽었다. 그동안 많이 듣고 보려고 했지만 놓쳤던 부분을 알게 되고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되어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숙제 하나를 얻은 기분이기도 하다.


체제는 인격의 끝없는 성장을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가 그를 적당히 써먹을 수 있는 수준에서 성장이 멈추기를 바랄 뿐이다.


거침없이 쏟아낼 줄만 아는 게 아니라 신선하고 날카로웠다. 고민한 흔적도 역력했고 세월과 세상에 완전히 주저앉기 전의 패기를 유쾌하게 던지고 있었다. 하지만 스타리그 이야기는 감시 범접할 수 없는 분야였고 일부는 상상은 가능하되 체감 공감은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씁쓸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우리 사회의 부르주아들이 그런 '허영'에 쉬이 휩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없는 이들에게 문화 자본을 자랑하는 법이 없고 돈과 상관이 없는 일에 일절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말하자면 자신이 성공한 이유는 남들을 철두철미하게 잘 쥐어짰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그것을 '재능'이나 '능력'이라는 수사로 포장한다. 천박함이 재능이란 이름으로 바뀌고, 없는 이들은 이 재능이 없어서 성공하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결국 계급 체제를 정당화하게 되는 문화적 차이'라는 부르디외의 논외는 한국 실정에서는 고급문화에 대한 감수성이 아니라 어떤 천박함을 지칭한다. 그러니 슬프고 우스꽝스럽게도 남는 건 학벌과 영어밖에 없는 것이다.


오늘날의 대학생들은 타인의 삶에 대한 부채의식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문제에 천착해야 할 처지에 있다.


살아오면서 나는 내 사고 저변에 깔려있는 이 부채감을 설명하고 싶었다. 과거에 너무도 부정하고 싶어 낭비해버린 삶의 일부를 지녔음을 어떤 경로로든 고해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겪었던 삶의 허무와 비등한 무게로 다투고 있는 삶의 희망. 온전히 투신하지도 못하면서 끊임없이 불의한 세상과 싸우며 희생을 요구당하는 사람들을 기웃거렸다. 부족한 기도, 약간의 금전적 도움과 휴가를 이용한 '함께 함'이 그나마 최선이라고 말해보지만 더 나아가지 못함이 늘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하지만 읽다보니 당연한 사실, 인간이라면 거의 모두가 그렇고 그런 비루함과 절멸감을 견디며 살아간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위로를 받는다. 공감이 주는 위로.


이 자립의 시기 동안,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에 의해 우리의 의사와 상관업이 전개되는 청년 세대 담론에 대해 비판하고 저항했지만 나 자신을 가장 강하게 사로잡았던 감정은 무력감이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세상은 그와는 상관없이 움직였고, 이 주제에 대해 말을 하는 사람들 역시 '다음의 논의'를 향해 나가지 않고 쳇바퀴를 돌았다. 스스로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하고 쌀을 축내는 자라고 여길 정도로, 이런 무기력한 일에 종사하는 나 자신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과연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을까. 그가 진단하는 이 나라가 세대로 구분되는 청춘들에게 어른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청춘의 사고를 지닌 이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것도 이 나라의 현실이다. 하지만, 이 싸움만큼은 허무가 희망에게 패배하기를 바란다. 근근이 견디고 있는 모든 청춘들, 청춘을 유린 당하고 희망이 꺾인 채 살아온 이 땅의 모든 중년, 노년 세대를 위해서도 희망이 승리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 한 줌 밖에 되지 않는 힘일지라도 내 삶을 보태고 싶다. 


이쯤에서 다시 한 번 기억하는 내 삶의 한 문장,

"높고 단단한 벽과 그에 부딪히는 달걀이 있다고 한다면, 나는 언제나 달걀의 편에 설 것이다." (하루키)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

저자
한윤형 지음
출판사
어크로스 | 2013-04-15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잉여 시대를 명랑하게 돌파하는 청춘 여행!매체 비평지 '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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