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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가리옷 사람 유다 본문
결국 유다는 뒤늦게 뉘우쳤지만, 예수님의 연민을 보지 못하고 자기연민에만 빠졌다.
이것이 그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까닭이다.
미련을 품는다. 아니 희망을 품는다.
"나는 죄인입니다"(마태 27,4 참조).
유다는 뉘우치며 고백했다.
"없었던 일로 합시다, 그건 본의가 아니었습니다."
유다는 은전 서른 닢을 그들에게 돌려주었다.
그들이 거절하자 유다는 절망하였다.
그리고 유다는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마태 26,24)
더 좋았을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유다의 죽음은 애처롭다.
유다의 잘못은 배반보다도 자책에 있었다.
그는 '자아'의 늪에 갇혀 있었다.
그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 하였다.
그의 죽음은 '스스로'가 초래한 비운이었다.
유다의 눈물은 그래서 더욱 처연하다.
유다의 죽음은 우리를 위한 경종이다.
진짜를 보지 못하고 가짜를 탐욕하는 우리,
잇속에 눈멀어 제 꾀에 넘어가는 우리,
매양 소탐대실하는 헛약은 우리,
바로 우리를 위한 스캔들이다.
유다의 죽음은 준열한 가르침이다.
이 시대의 유다들, 유다의 후예들을 위한 일침이다.
면목이 없기로는 더할 나위 없었을 베드로를 보라는,
자기심판의 눈물 너머 회개의 눈물을 흘리라는,
벌이 아닌 자비의 하느님을 바라보라는,
'피의 밭'으로가 아니라 가회의 벌판으로 향하라는,
내일의 유다들을 위한 뼈아픈 교훈이다.
'혹여'의 토 달린 쓰라린 초대이다.
미련을 품는다, 아니 희망을 품는다.
- 차동엽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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