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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콧구멍 본문
2005.8.6.
1 : 1.5 이게 뭐냐면… 내 콧구멍의 크기 비율이다. 수녀의 영적일기에 ‘콧구멍’같은 유치한 주제가 등장한다고 누가 뭐란다면… 당당하게 일러 줄란다. 수도삶이란, 이렇게 사소하고 유치해 보이는 자잘한 것들 안에서 예수님을 놓치지 않고 만나는 것이여. 큰일을 이루려고 온 곳이 아니라 작은 것에 충실하고자 택한 삶인 것이여…
30년 조금 넘게 거의 한쪽 콧구멍으로 숨을 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폐와 뇌에 이미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는 얘기와 이미 다른 이들보다 내가 숨을 가빠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수술을 감행하게 되었다. 비뚤어진 코를 바로 세우듯 내 비뚠 마음보도 하나씩 바로잡으며, 가쁜 숨을 평화 중에 고를 수 있으리라… 이참에 뼈속 깊이 박혀 6년 동안 나를 못살게 굴던 plate마저 뽑아내어 내 무의식 깊이 박힌 차가운 금속성의 상처들도 빼내고 예수님 살과 피, 내 살과 피로 채워보리라…
연달아 수술을 하는 것도 조금 두려웠고, 수술 후 회복기 동안의 아픔도 만만찮았다. 수술대 위에 잠자듯 누워 내가 더 이상 나를 보호할 수 없을 때 나를 지켜주실 오직 한분, 한처음 불어넣어주셨던 그 숨결이 나를 지키시리라 맘먹었지만 온전한 의탁 역시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다 제쳐두고 이제 더 드러나 보이는 콧구멍 크기의 차이가 문제였다. 콧구멍의 주인이라면 주인인 나는 정작 몰랐지만, 거의 막혀 있었던 왼쪽 콧구멍 혼자서 숨을 고르게 쉬고자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30년이란 세월 동안 맑은 공기를 나에게 공급해주기 위해 스스로 성장한 것이다. 마치 해를 향해 기어이 방향을 틀고 꽃을 피우던 내 사랑초처럼… 스스로 성장하여 1 : 1.5가 되었던 것.
처음엔 무척이나 안쓰러웠다. 나도 모르게 나를 위해서… 하지만, 내 몸 어느 부분도 나 몰라라 하지 않고 생명을 위해 애쓰고 있었다는 사실이 나를 기쁘게 했다. 하느님께도 마찬가지다. 정신없이 허겁지겁 달리곤 하는 나이지만 나도 모르는 어딘가에서 하느님을 향한 갈망이 강하게 터져 나오곤 했다. 기어이 하느님을 향해 방향을 돌리고 말겠다는 뜨거운 의지가 솟을라 치면 잠시 모든 것 멈추고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것들을 다시 주워담고 하느님께로부터 힘을 얻기 위해서 말이다.
아직 설익은 과일마냥 내 서원의 삶도 설익은 상태이기에 이런 상태가 반복되고 있지만 하느님 향한 갈망이 멈추지 않고 내 안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도록 훈련 중이다. 여기엔 끊임없는 기도가 필요하겠지. 뼈는 자기가 자라던 방향대로 계속 자라는 성질이 있단다. 내 코도 지금은 곧은 모양으로 변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벌써 옛날처럼 돌아가려고 한다. 그래서 지금 아프더라도 자주 만져줘서 곧은 모양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데, 내 악습도 잠시라도 가만히 놔두면 본래 자라던 대로 멋대로 자라나겠지. 끊임없이 성찰하며 조심스럽게 다루어주어야만 곧게 곧게 하늘을 향해 뻗어가겠지.
하느님이 주신 내 몸이 참 신기하기만 하다. 몸과 마음 모두가 道를 닦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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