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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오늘날과 같은 물질주의, 개인주의가 팽배한 삶에서 오는 소통부재의 시대에 이 십자가상을 통해서 고독하고 좌절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밝은 기운을 전하고 싶다. 십자가상을 통해 삶의 고난을 피해가기 보다는 대면하여 극복함으로써 희망을 실현시킨, 즉 부활을 표현하고자 했다. 예수님 몸의 상처는 예수님의 고통은 물론 나의 아픔까지도 기억하게 한다. 십자가상을 제작하며 주로 묵상했던 주제는 요한복음 14장 31절 “일어나 가자”라는 말씀이었다. 수난을 향해 발을 내딛는 순간 발언하신 이 말씀에 용기와 희망이 참으로 강하게 들어있기 때문이다. 고요함, 절제, 단순함을 표현의 주안점으로 삼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보편성을 띠고자 했다. 따라서 인물의 사실적인 표현보다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골격을 빌려서 예수..
이 십자가 예수님을 처음 접했을 때가 생각난다. 어...생뚱맞구나...차갑구나...뭐지... 가끔씩 접하게 되는 비타수녀님의 작품은 늘 생경했다. 하지만 수녀님의 작품 설명을 듣고 나면 작품 너머(표현 너머)에 있는 미술가의 의도(그 사람의 본마음)를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을 키울 수 있었다. 아직 채 3분의 1도 차지 않은 수도자 묘지 저 끝에서 방문객을 바라보시는 금색 십자가 예수님은... 태어나기 전부터 날 기다리셨음을 상기시켰다. 묘지 주변과 묘하게 부조화를 이루는(그저 내가 느끼기에 말이다) 예수님은 우리 삶과 종내의 삶, 죽음과 부활을 오히려 확연히 보여주는것 같다. 언젠가 이곳에 묻힐 그날, 처음부터 기다렸다는 그 생경한 모습으로 날 맞아주신다면 얼떨떨하기도 하겠지만, 무척이나 친근할테다. "..
대수련 때 눈이 오던 날 찍은 사진이다. 수녀원 2층 라운지에 이철수님 작품으로 장식해둔 동생 수녀님의 센스덕에 눈오는 풍경이...성스러워졌었지... 눈온다는 소리에 공동작업 하다가 후다닥 달려나가 찍었던 사진. 물론,,,밖에는 안나가고... 아, 본원이 그립구나
공동작업을 끝내고 저녁기도를 바치러 가기 전 어느 저녁. 후다닥 씻고 성당을 가야함에도 불구하고 나를 불러세웠던 이 저녁노을을 나는 기억한다. 지난 유기서원이 저물고 있던 대수련 막바지. 아름답지만 조금 쓸쓸해보이는 이 저녁처럼 나의 시간도 그랬다. 하지만 내 삶으로 나뿐 아니라 내 주위를 아름답게 물들이고 싶었던 건 내 진심 중의 진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