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깊이에의 강요

영어 말하기 대회 본문

vita contemplativa

영어 말하기 대회

하나 뿐인 마음 2013. 5. 9. 15:32



중학교 때 영어 말하기 대회를 나갔었다. 

달달달 외워서 그대로 말하는 대회였으니 정확하게 말하면 영어 암기대회이지만.

나의 생각 같은 건 애초부터 없었고, 

선생님이 써주시는 원고 그대로를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외운 덕에 상을 받긴 했다.

미국에서 살다 온 아정이가 1등, 일본에서 유학을 했지만 영어를 쓰다가 온 00이가 2등, 내가 3등이었구나...

진영이가 3등이 될만한 실력이었지만, daily를 diary라고 읽는 바람에 아쉽게도.


30여년 가까이 지났으니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건 당연하지만,

그 대회가 끝나고 나서 선생님이 써주신 내용은 금새 날아가 버렸었다.

나의 말이 아니었으니 당연한 결과.


30여년 전의 나처럼 영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한 사람이 있다.

나보다 배운 거 많고 돈도 많고 백도 많으신 분이니 직접 미국까지 가서 말하기 대회에 참가하신 모양.

영어 말하기 대회였으니 영어로 말하는 걸 탓하는 게 아니다.

본인 생각이 아니니 확신이 제대로 실리지 않고 힘이 없으며,

웃음보다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고,

기계적인 제스처에다가... 자신의 의견 피력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문장들을 예의바르게 풀어내는데에 집중하는 게 

딱, 영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한 학생 같다는 얘기다.


각종 포털도, 공중파 방송도 하나의 뉴스로 도배되어 있다.

씁쓸한 밤.


'vita contemplativa'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회색 가디건  (0) 2013.05.24
바람 불어 오는 날  (0) 2013.05.24
실로암  (0) 2013.05.04
쓰다가 틀리면  (0) 2013.04.20
내 이유의 하느님  (0) 2013.04.16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