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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내가 사는 세상 본문
3월 2일 새벽에 대한문 함께살자 농성촌에 불이 났다고 한다. 마흔이 되는 해의 생일선물 치고는 너무 큰 선물이다.
뭐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고 무조건 의심해서 될 일도 아니다만,
전기공급이 되지 않는 곳이고, 전기 온열기구도 사용하지 않았고, 침낭과 핫팩으로 추위를 견뎠고, 평소에도 화재가 염려되어 살 에이는 칼바람 부는 날에도 난방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농성촌인데다, 행사 때에만 발전기를 돌렸다고 하니 시간상으로도 방화가 아니고서는 누전, 합선, 혹은 실수로 불이 나기는 어렵다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나는 의심의 시대를 살고 있다. 자연발화를 내 눈으로 지켜봐도 믿지 못하는 세상에 말이다. 전기를 아껴쓰자는 공익광고를 보면 원자력 발전소 지으려는 핑계가 필요해 쇼를 한다 싶고, TV를 통해 4대강 주위의 눈부신 풍경을 볼때마다 절대 속지 않으리라 다짐하게 되는 세상을 살고 있다. 정치인들의 선거 공약을 믿지 않은지는 오래이고, 저러다가는 피라도 토하겠다 싶을 정도로 결백을 주장하던 사람들의 숨은 비리가 걷잡을 수 없을만큼 쏟아져 나와도 그럼 그렇지 하며 간단히 넘길 줄도 아는 세상을.
다행이 인명피해는 없다고 한다. 아무도 다치지는 않았단다. 하지만 피해가 없다고 말해도 되는걸까.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는 말이 맞는걸까. 멀리있는 내 마음도 이렇게 다쳤는데....
세상이 아픈건지 내가 아픈건지, 내가 세상의 일부이니 세상이 아프면 당연히 내가 따라서 아파야 하는 건지.
그러면서도 나는 여전히 바르고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다... 턱없이 부족하긴 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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