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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녹색 장미 본문

cum 꿈

녹색 장미

하나 뿐인 마음 2013. 1. 13. 21:14

2007.12

 

며칠전 꿈이 아직 숙제로 남아있었다. 너무나 생생하게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풀리지 않았다. 대체로 왠만한 꿈들은 며칠 만에 어느순간 '아, 맞다'하며 저절로 깨닫기 마련인데...

 


 

이젠 거의 다 가물가물해지긴 했지만, 어딘가로 출발하고 있는데 무언가를 놔두고 왔는지 되돌아갈 일이 있었다. 평소 같으면 게으름 때문에 에라이~하면서 가던 길을 계속 갔겠지만, 꿈이라 그랬는지 왠일로 귀찮음을 무릅쓰고 되돌아갔다. 신기한 것은 그 되돌아감이 한번이 아니었다는 것. 내가 몇번이나 되돌아갔다는 건 현실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몇번이나 잊어버리는 일을 흔하디 흔한 일이지만...) 더욱 신기한 일은 돌아갈 때마다 선물처럼 꽃을 한아름씩 받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되돌아갈수록 크고 많은 꽃을... 아주 키가 큰 보라색 꽃도 한다발 받았는데 마지막 꽃은녹색장미였다. 녹색장미는 다발이 아니라 한송이 뿐이었고, 대도 아주 짧았다. 다른 꽃은 거의 기억도 안나는데 이 짧은 녹색장미 한송이는 계속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이다.

 

나름 성당에 앉아서 또는 문득문득 꿈풀이를 해보았는데...

"되돌아감"을 주저하지 말라는 뜻같다. 이 되돌아감은 "초발심

(初發心)" 즉 첫마음으로의 회귀이다. 아무리 귀찮더라도 첫마음을떠올리고 떠올려 늘 처음 가졌던 그 아름다운 마음을 지니도록 노력하라? 게다가 첫마음으로 되돌아가려는 노력을 할 때마다 아버지의 선물이 주어진다?

 

그렇다면 이 대짧은 녹색장미는? 아직 모양만 갖추었을뿐 완전히 꽃이라 할 수 없는 나? 꽃은 꽃이고 줄기는 줄기여야 하는데 완전히 구분되지 못하는 나?

 

그림을 그려봤더니...슬슬 아하 싶었다. 줄기에서 꽃이 나온다. 로마나로 살다가 성심수녀가 되었다. 꽃이야 처음부터 뚜렷한 정체성을스스로 지녔기에 작은 꽃도 제 색깔로 피지만, 수도자의 삶은 그렇지 않다. 형태가 먼저 주어지고 변해가야 한다. 이미 나는 형태를 받은 셈이다. 형태는 꽃이로되 내용은 줄기나 별반 차이없는... 꽃으로 피어나려고 할것이아니라 하느님이 정해주신 그 색깔을 찾아 "변화"되어야 하리라...

 

첫마음을 잊지 말고, 수도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그때처럼 싱싱하게 수도자가 되어가리라...

 

여기까지 하고 혹시나 싶어 인터넷을 뒤졌는데, 버젓이 그린로즈라는 말도 있고 드라마도 노래도 있더라... 꽃말은 "고결한 사랑".

천상에만 존재하는 꽃이라서 그린로즈는 천상에만 있는 고결한 사랑을 의미한다고 한다. 하늘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꽃. 지상에 없다는 이 꽃을 내게 보여주시는 이유는...지금 이 땅에서 하늘을 살아라...하늘의 사랑, 영원한 사랑을 이 세상에서 주어라...수도자의 정체성이 아닌가... 천상 사랑의 표징...

 

어쩌면 색깔없는 검은수도복의 삶과 이 녹색장미는...같을수도 있겠다 싶다. 변화가 아니라, 속속들이 그것이 되는 것. 한다발이 아니라 한송이인 것도 그런뜻이 아닐까...대가 길지않고 짧은 이유는... 마더데레사의 몽땅연필 영성이나 소화데레사의 키작은어린아이 영성과 다를바 없겠지?

 

요새 수녀가 뭔가 이런 생각 가끔 하곤했는데 아버지가 내게 갈길을 보여주시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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