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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고양이 본문
2012.3.9.
꿈을 꿨다.
꿈 속에는 아기 고양이가 있었고,
난 그 아기 고양이를 따뜻한 물로 씻겨주고 싶었다.
평소엔 고양이가 싫어할까봐 사료를 주고도 자리를 피해주는데
여튼 꿈에선 그랬다.
그 가녀린 아기 고양이를 씻기려고 따뜻한 물을 한 바가지 부었는데
그만 털이 홀라당 벗겨져 버렸고
순식간에 벌거숭이가 된 아기 고양이를 안아들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고양이를 내가 죽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짧은 순간에도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하지만 희안하게도 그 고양이는 벌거숭이가 된게 아니라
물에 젖어 털이 몸에 붙어버린 거였고 죽은 것도 아니었지만
꿈에서 깨고 나서도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감기 탓인가도 했지만 하루 종일 뒤숭숭했다.
처음엔 다른 누군가가 번쩍 떠올랐다.
아무리 사랑스럽다 해도 제 몸을 제가 씻는게 고양이의 습성인 만큼
내뜻대로 잘해주는 건 잘못이었다.
깨끗하고 따뜻한 씻김이 아무리 좋다 해도
내 마음을 접었어야 했구나 하는 후회...
하지만 나도 치유가 필요했다.
꿈작업을 하고 나니 수녀님이 말해주셨다.
그 고양이가 실은 나라고...
깨고 나서도 그 밤에 한참을 울었던 건 아마 내 상처 때문이었다 싶다.
상처입었던 시간도 이제는 지나가고 있고
지금의 나는 내게 붙은 먼지를, 내 상처를 스스로 핧으며
내 자신을 아끼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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