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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우방랜드 본문
(이건 롯데 백화점 앞을 지나가다가 꿈에 나왔던 바로 그 점치는 기계! 이거다 싶어 사진 찍음^^)
대학교 4학년 땐가...4학년 야외실습으로 우방랜드를 갔었다.
허허벌판이고, 외국에서 뭘 들여오니,
유학갔던 천 선배가 무슨 공부를 했고,
무슨 기술로는 국내 최초라니...
하여튼 그런 얘기들로 웅성거렸고
랜드 시설에 대한 공부라기 보다는
앞으로 우리과에 어떤 비전이 있으며,
어떤 것들을 염두에 두고 공부해야한다...뭐 이런 것들이
우리 대화의 중심이었던 거 같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가 아니지...
울며 겨자먹기로 학교를 겨우 출석하고 있던 터라,
4학년이래도 이런 얘기가 내게 들어올리가 없었다.
허허벌판을 바라보면서 내내 허전해 했던 기억이 있다.
조경학과의 비전을 공유하고픈 사람들 틈에 끼어
내 답답한 미래를 점쳐보던 시절...
그 즈음이었다, 이 꿈을 꾼 것이.
꿈에서도 우방랜드를 갔었는데,
공부가 아니라 친구들과 놀러간 것이었다.
희안하게도 이미 우방랜드는
디즈니랜드를 방불케하는 엄청난 놀이시설었고
친구들과 왁자왁자 떠들며 다니다가
이집트 파라오 모습의 점치는 기계를 발견했다.
배 부분에 손바닥을 갖다대면 점괘가 나오는...손금보는 것 같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린 모두 점을 보는데 동의했고
무슨 신성한 의식을 치루듯 한명씩 손바닥을 대었고
스스륵 밀려나오는 A4 한장에 모두가 둘러서서 소리내어 읽었다.
그런 것들이 대개 그렇듯...어느정도 맞아떨어졌고
우린 서로 박수를 치며...꼭 맞다고...즐거워, 신비로워 했었지.
지금이라도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그땐 아직 수녀가 되기 전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차례가 되었다.
나도 호기심 가득해서 내 손바닥을 기계안에 밀어넣었고,
내 손금이 자세하기 읽히길 바랬기에 손바닥을 쫙 폈었다.
어느새 미끄러져나오는 A4한장에...
그건 남들처럼 10포인트 글자로 빽빽하게 채워진 A4가 아니었다.
아주 커다란 글자로 "수녀"라고만 쓰여있었다.
그 황당함이란...그러고 잠을 깬건지, 꿈이 중단된건진 몰라도
그 이후의 기억은 없다.
며칠 혼자 끙끙거리다가...
예수 성심 시녀회 성소모임에 혼자서 달랑 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