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에의 강요
마르 4,39 그렇게 당신께 가 닿도록... #dailyreading 본문

예수님께서 깨어나시어 바람을 꾸짖으시고 호수더러,
“잠잠해져라. 조용히 하여라!” 하시니 바람이 멎고 아주 고요해졌다. (마르 4,39)
이 장면을 묵상할 때 가끔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제자들이 예수를 깨우지 않았다면, 그분이 바람을 꾸짖지 않았다면, 호수더러 잠잠해져라 말씀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는 바람과 파도 속에서 흔들리고 젖은 채로 저편에 가 닿았겠지.
조금 호들갑스럽기도 한 제자들의 반응은,
그들 나름의 기도였고
예수님 편에서는 귀기울여 들으시는 제자들의 탄원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울부짖음은(기도는)
바람이 멎고 고요해진 가운데 항해를 계속하게 한다.
매일 환자들을 만나며 응답이 쉬이 들리지 않는 기도에 지치기도 한다.
응답이 들리지 않는다고 실망하며 뒤돌아서려는 환자들을 만나면 할말이 없어지기도 한다.
때론 함께 기도하겠다는 나의 약속이
당장의 고통을 헐떡이며 겪어내는 환자에겐
얼마나 위로가 될까 싶어 스스로 기가 죽기도 한다.
하지만 제자들이 예수를 깨웠듯이 오늘도 나는 예수를 깨운다.
거친 파도와 거센 바람이 조금이라도 가라앉아 고요해지길,
이 환자의 항해가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그곳에 닿을 수 있길,
비록 호수 저쪽이 내가, 우리가 바라 마지않았던 곳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러니 예수님,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이들의 애타는 목소리를 들어주소서.
조금 덜 젖고 가도록,
덜 흔들리면서 가도록,
조금이라도 덜 두려워하며 가도록,
그렇게 당신께 가 닿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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