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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빈무덤 본문

그 어느 때보다 십자가의 길을 열심히 걸었던 사순절이었다.
내가 매일 만나는 환자들을, 애타는 마음으로 간호하고 기도하던 보호자들을, 뉴스 속 수많은 사람들을 기억하며
퇴근 후 성당에 들러 매일같이 한 처 한 처 발걸음을 옮겼다.
걸을만 한 날에는 십자가의 길을 따라 걸었고,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 날엔 성당 뒤편에 가만히 앉아서 마음으로만 그 길을 따라 걸었다.
14처 무덤 앞에서 오래도록 서 있었다.
14처 앞에 서면 내 삶이, 나 자신이 무덤 같았다.
어둡고 버려지고 공허하던 빈 공간이
예수님을,
그것도 우리를 위해 죽으신 예수님을 자신 안에 받아들여서
비로소 진짜 무덤이 되었고,
사흘 밤낮을 예수님을 온전히 품은 후
비로소 부활의 증거, 빈무덤이 되었다.
무덤, 무덤 같았던 나는 여전히 예전과 같은 모습이지만
예수님으로 채웠다가 다시 비어졌다면 부활의 증거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겉으로 달라진 건 하나도 없더라도 말이다.
이제는
어둡고 버려진 무덤이 아니라
천사가 드나들고
빛으로 메워진 텅 빈 무덤이다.
또한 내 안에 새겨진 기억으로
이제는 밖에서 그분을 찾는다. 기쁘게!
수술 후의 나는 기도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군더더기 없는, 좀 더 오롯한 기도를 바치게 된달까.
내 입으로 말하긴 뭣하니, 그런 기도만을 바라고 바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함을 느낀달까.
그럴 때마다 나는 예수님의 빈무덤이 된다.
예수님이 들어오셔서 머무시다가 부활하신 자리,
잘 개켜진 아마포 옷만 남겨졌지만
어두운 무덤이 아니라 빛으로 채워진,
비었으나 충만한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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