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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본문

마리아 에켈뢰브 지음. 이유진 옮김. 교유서가.
입원 전 마지막날까지 출근을 하고 틈틈이 짐을 쌌다. 늘 하던 일을 하다가 늘 하던 일처럼 수술을 받아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대구로 내려가는 날, 4시에 깨어서 뒤척이는 바람에 기차에선 몇 줄 읽지도 못했지만 굳이 이 책을 들고 갔다. 가난과 배움처럼, 글과 청소처럼, 누구에겐 괴리가 느껴지는 이 두 가지가 누군가에겐 그저 일상의 일부였던 것처럼, 내게 생긴 이 암과 수술과 회복 과정까지 내 삶 안에 어떤 괴리도 없이 나란하고 차분하게 잘 자리 잡길 바라는 마음으로.
수술 수 호흡이 잘 안되어서 콧줄을 이틀이나 하고 있었다. 당연히 금식도 길어지고 항생제 부작용 등 낫는 과정 중에 생기는 어려움을 겪으며 나는 서서히 회복되고 있었다. 걷게 되고 배 양쪽과 손등에 주렁주렁 약을 매단 채 병실 안을 조금씩 오가며 이 책을 읽었다. 내용이 이어지지 않는 일기라서 금세 잊어도 부담이 없었고, 무엇보다 그 고된 삶을 매서우리만치 솔직하게 통과하며 읽고 쓰던 이의 삶처럼, 나도 그 순간을 통과하고 싶었다.
삶에 대한 마리아 에켈뢰브의 태도가 병실에 홀로 있던 나를 위로했다.
p.18 ~ p.19
"어떤 직업이 다른 직업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대답은 "그렇다"가 분명하다. 먹고살 정도로 돈벌이가 괜찮은 직업은 '자기 남편을 먹여 살리지 못할 정도로 벌이가 아주 형편없는 직업보다 더 좋다."
p.19
"일부 사람만이 살아가기 위해 구걸을 해야 한다는 것이 옳은가?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놓은 법에 따르면 옳다."
p.27
"어휴, 뭐 이런 날이 다 있나. 해가 빛나도 기분이 무겁고 경제적 문제는 이 가련한 사람을 짓누른다. 하지만 나는 이런 시기를 잘 벗어나기도 한다. 어쨌든 초과근무까지 해서 청소를 해도 소용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기란 어렵다(벌이가 너무 박하다)."
p.48 ~ p.49
"기회가 되는 대로 정당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정당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등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할 것이다. 어렵더라도 경제학 강의를 들어야 한다. 할 수 있는 한 스웨덴의 무역수지, 경상수지, 경제를 배워야 한다. 그러면 아마도 다음 총선에서는 더 나은 투표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p.93
"가난하다는 것은 가슴속에 항상 큰 응어리가 맺혀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담배를 피우거나 다른 식으로 낭비할 때 늘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이다."
p.138
"모든 시간은 상처를 준다는 말이 라디오에서 방금 나왔다. 이는 진실이다. 얼마나 많은 상처를 입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살 힘이 우리에게 있는 것일까."
p.215
"내가 문학 작품을 통해 얻은 모든 훌륭한 경험을 설명할 수 있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내가 유나스 루베 알름크비스트를 읽었을 때 말이 다. 정말 멋진 시간이었다······. 사실 어떤 작가도(어쩌면 누군가는) 나를 무관심하게 지나치지 않았다. 만나는 모든 사람처럼 모든 작가는 줄 것이 있다. 모호하게 들리겠지만 그렇다. 그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책을 읽을 때 그 두 가지 모두에서 일부 경험하게 된다. 완전히 무의미한 사람은 없다. 책세상에서의 나의 방황을 생각하면 다행히도 나는 노동자 출신 작가와 함께 시작했다. 읽기 쉽고 내가 속해 있는 환경 출신의 작가로. 그 독서 기간이 지나면 사회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자기 이외의 집단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계속 알아보게 된다. 또한 역사적 사건에서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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