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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점옥이 본문
오승민 그림책. 문학과지성사
'언니는 잊지 않았을 거야.
오동나무 아래 내가 있다는 걸.'
인형의 눈으로 본 우리나라의 전쟁.
그 참상을 겪었던 이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가도,
붉고 푸른 자욱들을 모두 덮고 지우도록 오동나무가 자라고 꽃이 펴도,
'해가 뜨고 달이 지고 비와 바람이 천천히 점옥이 얼굴을 지워'도,
이 책이 한가운데 꽁꽁 품고 있는 그 장면은 절대 지워지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래야 한다.
전쟁을 겪은 부모님과, 친척들과 함께 살아온 나는
살면 살수록 그 아픔의 실체를 오히려 실감한다.
이제 그분들 대부분이 돌아가셨는데도
전쟁의 아픔이 문득문득 묻어나던 그 순간은
오히려 살수록 더 잘 알.수.있.었.다.
책이 너무 예뻐서 더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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