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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루카 12,35-40 (가해 설 미사 레지오 훈화) 본문
이번 주 복음은 세 단락으로 나누어집니다. 첫 번째 단락은 제자들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입니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35-36절) 우리는 예수님을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지요? “예.”라고 대답하신 분들은 행복합니다!
두 번째 단락에서 예수님께서는 주인이 돌아와서 깨어 있는 종들을 보게 되면 ‘종들이 행복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이 아니라 종들이 행복하다니요. 과연 그럴까요? 주인이 돌아와 깨어 있는 종을 보았는데, 주인이 아니라 종이 왜 행복할까요? 이 이유는 다음 장면이 우리에게 잘 설명해 줍니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37절)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던 종들은 만나게 되는 주인의 모습입니다. 혹 생각하는 장면이 있나요? “식탁에서 일어나시어 겉옷을 벗으시고 수건을 들어 허리에 두르셨다. 그리고 대야에 물을 부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고, 허리에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 시작하셨다.”(요한 13,4-5절) 네, 우리는 이런 분을 알고 있습니다. 잡혀가시기 직전까지 우리들의 발을 씻어주시는 예수. 요한 복음은 이 장면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요한 13,1) 그러니 혹여나 깨어 기다리지도 않았으면서 주인의 시중을 받으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나 자신을 잘 돌아보아야할 것입니다.
세 번째 단락으로 넘어가 볼까요?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루카 12,40) 심판의 때만 이렇게 닥치진 않을 것입니다. 은총도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옵니다. 준비하고 있었다면 심판의 때도 은총의 때입니다. 그때가 언제이더라도 오시는 분을 만났을 때 우리는 행복합니다.
다시 첫 단락으로 돌아갑니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35-36절) 이제는 내 몸 하나만 깨어있지 말고 등불을 켜서 나와 내 주위를 밝혀 예상치 못한 시간에도 넘어지거나 길을 잃지 않도록 나를 둘러싼 환경도 준비 상태로 만들어야 합니다. 명절에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시지요. 그날도 홀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하늘나라’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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