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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루카 7,11-17 멈추어 선 이들 #dailyreading 본문
그 과부를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그에게, "울지 마라."하고 이르시고는, 앞으로 나아가 관에 손을 대시자 메고 가던 이들이 멈추어 섰다. (루카 7,13-14)
아들을 잃은 과부에 대한 예수님의 측은한 마음은 곧장 행동으로 이어졌고, 큰 무리의 사람들(12절)도 걸음을 멈추고 동참했다. 우리들이야 아침 묵상을 간직하고 하루를 사는 것이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오늘은 특히나 이 말씀과 장면이 문득문득 떠올랐다. 바람 부는 길을 걷다가, 미사 때 오르간을 치다가, 설거지를 하다가 문득문득 멈추어 섰다. 그리고 그때마다 관을 메고 가던 이들, 예수님을 만나 멈추어 선 이들을 생각했다. 나는 오늘도 '멈춤' 앞에 멈추었구나.
남편도 없는데 외아들마저 잃은 과부(성모님처럼)를 위해 기꺼이 관을 메고 간 사람들. 그들도 예수님처럼 가엾은 마음을 가졌을 것이다. 그래서 기꺼이 시간을 냈고 힘을 들여 관을 메었을 것이다. 예수는 비록 장례를 치를 때 와보지도 않았던 사람이지만 과부를 진정으로 위로하던 그가 관에 손을 대었을 때, 자신들의 걸음을 멈추었다. 내 일처럼 장례를 도운 사람들이니 갈 길을 방해한다고 여기거나 뒷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들은 멈추어 섰다. 예수님의 손길이 위로인지 관심인지 치유인지 기적인지조차 몰랐지만 갈 길을 고집하지 않고, 시간이 지체될수록 어깨가 무겁다고 불평하지 않고, 걸음을 멈추고 동참했다. 그랬기에 구원을 보았다.
옳은 길이고 반드시 가야하는 일이라 해도 멈출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깨가 무거워도 기꺼이 멈추어 설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멈추어 서서 예수님께 시간을 드리고, 멈추어 서서 예수님께서 하실 일을 하도록 기꺼이 기다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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