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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루카 9,23 내가 내 삶의 무게에 지쳐… #dailyreading 본문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루카 9,23)
나를 버리지 못하면 내 몸이 버거워 십자가를 지는 것이 더 힘들어진다. 한동안 바오로 사도의 자취를 따랐던 때문인지, 자신에게 이롭던 것들을 그리스도 때문에 해로운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던 바오로 사도의 삶과 나의 삶을 생각한다. 하느님을 사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자신’에 대한 확신을 모조리 내려 놓고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확신만을 가져야 했던 바오로.
지금 나는 십자가를 지느라 숨이 차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무게에 짓눌려 허덕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열심히 노력했던 나’를 버리지 못해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니 정작 ‘나의 십자가’를 질 힘은 모두 소진된 건 아닐까. 옳은 것을 하자 싶었지만,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법이니 지금은 그때가 아닌 건 아닐까. 옳은 것이 옳은 일로 드러나려면 사랑과 십자가 모두를 품고 있어야 하는데 너무 옳음에만 치중했던 건 아닐까. 내 앞에 놓인 숫자를 보고 나는 ‘6’이라 읽고 상대방은 ‘9’로 읽었는데 내가 옳다, 너는 옳지 않다 어리석게 그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나 만큼은 내가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일이리라 여겼던 것마저도 십자가 지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려 놓자. 그리고 빈 손으로 십자가를 붙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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