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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옥상에서 만나요 본문
정세랑 소설집. 창비.
읽을 수록 반한다. 반한다. 반한다. 이모 때문에 서울에 올라와 있으니 조카가 이제! 책을 좀 읽어야겠다며 추천해 달라고 했다. 읽히고 싶었던 책을 몇 권 알려주다가 결국 함께 동네 도서관에 가서 회원 등록도 하게 만들고 책을 골랐다. 그 첫째가 <시선으로부터>였는데 당연히 모두 대출 중이라 신청만 해두고 작가 시리즈로 <옥상에서 만나요>를 빌려왔다. 결국 조카보다 먼저 읽고 나는 또 이렇게 이 책에 반해 있다.
이모의 장례 동안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였다. 우리는 각각 네 자매의 자녀들인데, 엄마들은 일본에서 해방 직후 건너 왔고 아버지들 중 둘은 한국 전쟁 때 피난 온 분들이라 친척이 거의 없어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오랜 만의 옛날 얘기, 이모에 대한 각자의 추억을 나누며 나는 거대한 모자이크를 생각했다. 조각 하나로는 전체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조금씩 부분을 부분을 맞춰가는 우리들의 삶. 그리고 혼자 있던 시간에 슬픔을 이겨내고자 읽었던 책.
정세랑 작가의 이야기들도 그랬다. 당장은 작품 하나하나가 귀엽고 사랑스럽게 빛나는 작은 조각 같지만, 이 조각들로 이루어진 전체는 장대한 모자이크다. 그렇다. 정세랑 작가가 조금씩 내어놓는 이야기들이 완성해가는 세상은 얼마나 웅장하고 눈부신지, 얼마나 유쾌하고 온당한지, 얼마나 따뜻하고 사려 깊은지. 전체 앞에 서면 당장에라도 압도될 웅장한 모자이크의 한 조각. 그 조각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 한 줄기는 또 얼마나 눈부신가.
그러니 굳이 줄거리를 소개하진 않으련다. 부디 직접 그 조각을 마주하기를, 전체를 상상하고 그 완성에 동참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