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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다리 놓기 본문
제임스 마틴 지음. 심종혁 옮김. 성서와함께.
오랫 동안 교리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울타리’이다. 나의 개인적 생각이 가톨릭의 입장은 아니지만, 내가 배우고 이해하고 살며 가르치는 교리는 울타리와 같아 안과 밖을 분명히 구분하고 안을 보호하고 지키며 안과 밖을 함부로 넘나들지 않고 정해진 문을 통해 오가도록 돕고 닫아야 할 때 닫고 열어야 할 때 열며 좁혀야 할 때와 넓혀야 할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번역하신 신부님도 말씀하셨지만, 울타리는 언제고 다시 허물고 지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울타리가 옳지 않거나 필요 없어서가 아니라 낡아서 더 이상 제 구실을 할 수 없거나 기후 등이 변함에 따라 다른 재질의 울타리를 세워야 하거나 경계를 달리 세워야 할 때. 울타리는 울타리 자체도 중요하지만 울타리가 구분하고 연결하는 안과 밖도 중요하니까. 차별 받고 외면 받아온 이들에 대한 우리의 울타리도 점검해 볼 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하느님께서 누군가를 그토록 미워하고 배척하며 무시하도록 하셨을 리가 있을까 싶다.
나를 이렇게 돌려 세운 감명 깊었던 글을 첨부한다. https://singthelord.tistory.com/1894 하느님은 낮과 밤을 만드셨지만 그 안에는 해질녘도 있고 동틀녘도 있고 어스름도 있고 그 모든 것은 아름답다. 우리 인간은 각기 서로 다르고 빚어주신 모습대로 태어나 그 자체로 아름답고 충분하지 않을까.
p.47
"비판받고 도전받아 마땅할 때조차도 교회를 비판하거나 도전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존중과 공감, 그리고 민감함을 지닌 채로 비판하고 도전할 수 있습니다. 사실, 존중과 공감과 민감함은 갈등과 불일치를 다루는 데 있어 소홀히 여겨지지만, 더 넓은 문화와 공유될 수 있는 선물입니다. 이것은 가톨릭이나 그리스도교를 넘어, 일치를 추구하며 선의를 지닌 모든 이에게 도움이 되는 덕입니다."
p.47
"자신들이 속한 교회가 마치 적대자처럼 느껴지더라도, 성소수자 공동체가 다른 이들을 존중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은 성소수자뿐 아니라 모든 이에게 해당합니다. 쉽지 않지만,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모습입니다."
p.48 ~ p.49
"교회는 일치의 표징이 되어야만 합니다. 솔직히, 교회는 언제나 그래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이, 교회가 분열을 조장하고 일부 그리스도인 지도자들과 그들이 이끄는 단체가 ‘우리’와 ‘그들’이라는 경계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교회는 상호 존중과 공감 그리고 민감함이라는 덕을 체화할 때 가장 훌륭하게 일할 수 있습니다."
p.71
"대화는 타인과 어떻게 이야기할까를 인식하면서 시작됩니다."
p.72
"모든 사람이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각자의 삶이 존중받아야 하기에 우리도 타인의 삶을 존중해야 합니다. 그래서 당사자들이 선호하는 ‘게이’나 ‘레즈비언’ 혹은 ‘성소수자’라는 표현을 존중해야 합니다. 내가 편하고 사용하기 좋은 표현이 아니라 그들이 불리고 싶은 호칭으로 그들을 불러야 합니다. 이게 바로 출발점입니다. (시카고 대주교 블레이스 쿠피치 추기경)"
p.74
"“우리는 몸의 지체 가운데에서 덜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특별히 소중하게 감쌉니다”(1코린 12,23)라는 사도 바오로의 가르침에 따라 이런 교회 구성원들과 그들이 받은 큰 은사에, 더 깊이 존중을 보여야 합니다."
p.79
"우리 모두와 똑같이 성소수자들도 거룩함에로 불리었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
p.102 ~ p.103
"예수회 제임스 키넌 신부님은, 약하지만 실천하려 애쓰는 사람들을 예수님은 결코 비난하지 않으셨다고 대학원 수업 때 자주 말했습니다. 오히려 복음에서 예수님이 비난한 사람들은 강하고 힘이 있지만 노력하거나 애써보지 않고 그냥 안주해버린 사람들이었다는 겁니다… 키넌 신부님 말에 따르면, 예수님에게 죄는 ‘사랑하려고 애쓰지 않는 태만’입니다."
p.112
"“가정을 옹호하는 것이 결코 다른 형태의 삶을 배제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동성 파트너와 함께 사는 이들에게도 가족은 필요합니다.” (크리스토프 쇤보른 추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