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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요한 13,16-17 높지 않다 해서 우리를 낮게 보시지도 않는 분 #dailyreading 본문

요한의 우물/요한 13장

요한 13,16-17 높지 않다 해서 우리를 낮게 보시지도 않는 분 #dailyreading

하나 뿐인 마음 2021. 4. 29. 08:40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고, 파견된 이는 파견한 이보다 높지 않다. 이것을 알고 그대로 실천하면 너희는 행복하다.(요한 13,16-17)

오늘 묵상 시간에는 ‘높지 않다’라는 말에 머물렀다, 높지 않다 해서 우리를 낮게 보시지도 않는 분과 함께.


발을 씻어주시는 주인과 살면서도 종들끼리 서로 높낮이를 따지다가 불행에 빠지는 게 인간들인지도 모르겠다. 많은 이들이 어쩌면 나조차도 ‘남이 알아주는 높은 자리’에 묶여서 살아간다. 높지 않으니 낮다고 여기며, 높아지지 않고서는 행복할 수 없는 것처럼.

요즘은 라일락과 불두화, 서양산사나무 사이에 주차를 한다. 향이 거의 없는 불두화도 향도 크기도 작은 서양산사도 향이 짙은 라일락도 나란히 서서 꿋꿋이 제 삶을 산다. 바람 잘 날 없는 본당에서 투닥거리다가 수녀원으로 퇴근을 하면 이 나무들처럼 무엇이 더 낫다 못하다 생각하지 않는 세상이 절실해진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해마다 꽃을 피우고 향기를 뿜다가 잎마저 떨구는 나무에 비해 우리는 서로를 보느라 바빠 제대로 피지도 못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높지 않다 해서 우리를 낮게 보시지도 않는 분 앞에서 오직 한 번을 사는 삶인데 오로지 나 자신으로, 그분의 사랑받는 자녀요 사랑하는 벗으로서 살 줄 알 때 우리는 얼마나 행복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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