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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섬 위의 주먹 본문
엘리즈 퐁트나유 글. 비올레타 로피즈 그림. 정원정, 박서영 옮김. 오후의소묘.
어른이 된다는 건, 살아간다는 건 그런 걸까. 나의 백지 같았던 내면이 내가 내어준 것들로 채워지는 것.
세상의 기준으로 본다면야 그리 내세울 것이 없는 사람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할아버지의 내면은 천국 같은 자연 풍경이었다. 정원을 꾸미는 일에는 누구보다 뛰어나지만 "다 땅이 가르쳐 준 거야."라고 말할 줄 아는 어른. 새들과도 대화할 수 있는 어른은 인간끼리 대화하지 못한 결과 중 가장 잔혹한 결과인 전쟁을 겪었고, 읽고 쓸 줄은 몰랐지만 아름다움을 그릴 줄 알았다. 이제는 배울 수 없다고 솔직하게 말할 줄도 알았고, 자신은 더 이상 하지 못하는 아이의 글쓰기를 기뻐할 줄도 알았다.
그래서 내면이 아름답게 아름답게 채워진다. 내면이 하얀 아이와 달리, 내면이 투명한 알아버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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