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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요한 1,29-34 결국 '과연 나는 보았다'고 말할 수 있게 된 삶 #dailyreading 본문

요한의 우물/요한 1장

요한 1,29-34 결국 '과연 나는 보았다'고 말할 수 있게 된 삶 #dailyreading

하나 뿐인 마음 2019. 1. 3. 09:38


요한은 제자들에게 예수님을 가리키며 '나보다 앞서신 분'이시라 말했고(29절), 비록 알지 못했지만 '저분께서 이스라엘에 알려지시게' 했고(31절), 성령께서 그분 위에 머무리시는 것을 보았노라 증언했으며(32절), 자신을 보내신 분이 그분을 알려주셨다고 고백했다(33절). 그리고 '과연 나는 보았다"고 말할 수 있었던 요한. 그는 그리 길지 않은 생애 동안 내내 예수를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고 증언하는 삶을 살았다(34절).


그분에 대해 말하고, 온전히 알지 못해도 그분을 증언하고, 자신이 아니라 그분을 알리고, 자신의 소명을 그분을 통해 깨닫고, 결국 '과연 나는 보았다'고 말할 수 있게 된 삶. 그 증언이 이어져 자신의 목숨으로 그 증언을 완성한 사람. 


어제 지민씨, 현주씨, 지인들과 만나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피아노 연주는 들을 때 아무리 좋아도 오래 틀어놓진 못하겠다고 하니, 피아노는 모든 걸 불어 넣어 연주할 수 있는 악기라서 수녀님을 너무 강하게 밀어붙여서 그럴 거예요...했다. 그러고 보니 The Rark, Träumerei 정도는 무한반복 괜찮은데 오케나 피아노 콘체르토 같은 곡들은 오랜 시간 들으려면 내쪽에서 쏟는 에너지 소비가 크단 생각을 종종 했던 기억이 났다. 감당하기 어려운, 더 큰 것이 밀려오면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나 버리고 어떤 경우엔 미련없이 스스로 밀려나길 택하는 성격이라 그런가. 함께 만난 다른 이들은 음악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를 했고 그 친구는 그에 대해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다. 오랜 세월 연주하며 오케도 하고 레슨도 많이 해서 그런지 사람 잘 꿰뚫어 본다. 한 달에 한번이라도 가서 좀 배우겠다 약속하고 헤어졌다. 그러고 보니 Goldberg Variation도 현악3중주로 듣는 걸 더 편안해 한다. Glenn Gould의 현장감 넘치는 연주라 해도. 나도 참 나다, 싶었는데 이 생각은 오늘 아침 묵상 시간까지 이어졌다.


하느님께 모든 것을 내어드리고자 하면서도 나를 온전히 차지하시도록 내어놓는 일이 가장 어려운 수도자라니... 오늘 복음의 세례자 요한도 강한 사람이었다. 그 춥고 메마른 땅 광야에 홀로 살면서 낙타 털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두른 채 메뚜기와 들꿀 만을 먹고 살 만큼 강단이 센 사람. 아니다 싶은 사람에겐 가차 없이 독화살 같은 말을 쏘아대기도 했고 예수와 버금가는 세력(당대엔 더 큰 무리의 제자를 두었다)을 오랫동안 유지할 만큼 권력형 사람. 예수 출현 이후 스스로 물러나 광야에 머물렀지만 여전히, 끝까지 가장 큰 '목소리' 역할을 한 사람. 초야에 묻혀 사라지는 유형의 사람이 아니라 광야에서도 자신이 외치는 소리를 들리게 한 사람. 지나쳐보일 정도로 금욕적 삶을 살아 무척 강하고 날카로운 메시지를 가진 곧고 옳은 칼 같은 사람. 세상 권력엔 굽히지 않았지만 자신보다 높은 분 앞에선 세상 누구보다 자신을 낮추며 받들었던 사람, 세례자 요한. 헤로데에게 직언을 서슴치 않았을 정도였고 헤로디아의 복수를 받을 줄 알았으면서도 그는 끝내 물러서지 않았다. 그가 물러선 것은 오직, 예수를 앞세우기 위해서였다. 예수의 길을 내기 위해 무대에서 내려와 광야로 갔으며 측근 제자들마저 그분께로 보냈다. 스스로 확신하지 못했을 때도 그는 행동했다. 


주님, 

오늘도 제 자신을 더욱 열어 당신이 저를 차지하실 수 있도록, 

당신이 사랑하시는 사람들을 위해 제 자신을 더욱 내어놓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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