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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올해 설 명절엔 본문
아부지 엄마를 뵈러 현충원에 다녀왔다. 올해는 I수녀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명절이라 안그래도 한번 들러야겠다 생각했지만 늘 혼자 찾았던 곳이라 혼자 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컸지만, 이번만큼은 I수녀가 함께 가고 싶다고 해서 함께 찾아갔다. 동기 수녀랑 함께 가보는 것도 좋겠다 싶고, 산책 겸 외출 겸 들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고.
셔틀을 타고 현충원을 크게 한 바퀴 돌아서 들어가는데, 오늘은 명절이라 참배객이 참 많았다. 근데 막상 이곳은 오래된 묘역이라 참배객이 거의 없었다. 언제나 고즈넉한 곳. 역시나 오늘도 백세주는 뚜껑을 열지 않았다.
쓰레기를 버리러 돌아서자마자 처음보는 팻말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분들이 모셔졌다는 것도 몰랐다. 미안하고 감사한 일. I수녀랑 서서 기도하고 왔다. 어쩐지 그쪽으로 잠시 내려가고 싶더라고.
아버지 엄마가 알려주셨나 보다, 이분들이 이렇게 당신들 가까이에 함께 계시다는 걸. 다음부터는 올때마다 만나러 올게요.
예의바른 수녀들인 우리는 현충원을 나와 맛있는 식사도 하고, 시청역으로 가서 소녀상 앞으로. 계절마다 누군가가 소리 없이 옷을 갈아 입히고 소녀상을 깨끗이 씻고 간다. 늘 누군가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닿은 흔적이 있다. 마음이 모이는 곳.
올해 명절엔 이래저래 뜻깊은 일도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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