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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명절 지난 어느 날 본문
마흔을 넘은 후 난 일 년에 두어번 주어지는 휴가와 어쩌다 생기는 혼자 남는 월요일을 반드시 나 자신을 위해 쓰기로 마음 먹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고, 마흔이 되어 미국에 가서 살면서 집으로 가지 않는 휴가를 보내야 했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다. 오늘은 새벽미사를 마치고 조금 잔 후 조조 영화를 보러 갔다가 점심으로는 카레를 먹었다. 그리고 저스틴 학사님과 함께 간 이후 못가본 현충원으로 출발. 오늘은 셔틀 타고 왔으니 미처 소주도 마른 명태도 준비하지 못했다. 다음에 올 땐 입구에서 내려서 미리 사들고 걸어와야겠다.
혼자 현충원에 다니던 게 대학생 때부터이니 20년 넘게 여길 혼자 다녔다. 처음엔 동대구 터미널까지 버스를 타고, 거기서 다시 대전행 버스를 타고, 대전 복합터미널에서 다시 현충원 근처까지 버스를 타고, 다시 택시를 탔었다. 일년에 한두 번 오는 길이니 늘 초행길 같고 낯설었고, 꼬박 하루를 다 써야하는 외롭고 슬프고 쓸쓸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대전에 사는 요즘, 현충원 가는 길은 점심 먹고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해도 저녁기도 전에 수녀원에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길이다.
혼자서 여길 오면 일단 엄마 아버지 앞에서 기도를 한 후 묘역 주위를 빙빙 돌면서 묵주기도를 바친다. 수녀딸을 둔 이웃 덕 좀 보시라는 뜻으로. 빙빙 돌면서 하늘을 보니 낮에 나온 반달이 눈에 들어온다.
가을이 아닌 계절에 오는 건 대전 와서 처음이다. 꽃피는 봄에도 왔고 늦여름에도 왔다. 물론 가을에도 왔고 이렇게 겨울에도 왔다. 사계절 모두 엄마 아버지 계시는 곳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 이젠 있을 때 잘하자는 말도 못하게 되었지만, 가까이 계실 때 더 자주 와야겠다. 부모님은 이렇게 돌아가셔서도 나를 깨우치시고 이끄시는 분들.
눈 내리는 날엔 한 번도 못 와봤다 생각하다가 문득 하늘을 봤는데, 하늘이 눈꽃 축제를 하는 것 같아 보였지. 늘 힘을 얻고 위로 받고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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