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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루카 6,20-26 행복선언이 울려퍼질 때 사람들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본문

루카의 우물/루카 6장

루카 6,20-26 행복선언이 울려퍼질 때 사람들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하나 뿐인 마음 2016. 9. 7. 23:08


행복선언이 울려퍼질 때 사람들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가난한 사람들.

지금 굶주리는 사람들.

지금 우는 사람들.

사람들이 미워하고, 쫓아내고, 모욕하고, 중상하는 사람들.


아무리 하늘나라를 통째로 담보 받는다 해도 이들을 행복하다고 선언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들 앞에서 어떻게 '당신은 행복하다'라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고 쫓아내고 모욕하고 중상하는데 어떻게 '나는 행복하다'라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언덕에 둘러 앉아 예수님의 눈을 바라보는 제자들의 눈빛은 어땠을까. 행복했을까. 만족하고 위로 받았을까. 의아해하고 의심을 품고, 분노하진 않았을까. 불만에 가득 차 눈도 감고 입도 다물지 않았을까.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그 말을 전하는 예수가

머리 누일 곳조차 없이 가난했고

목자 없는 양들 같은 사람들을 보며 마음 아파했으며

자신에게 닥칠 수난을 받아들이면서 피눈물을 흘렸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미움을 받았고

치유와 기적을 베푼 자리에서 쫓겨났으며

인간 이하의 모욕과 수많은 중상을 당했다는 것인가.


노력하지 않아서 먹고 마시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삯을 받지 못해 가난한 자.

사랑하는 자녀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곡기마저 끊어버린 부모들,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해 기꺼이 굶주림을 택한 자.

부당게 해고 당하고 어이 없게 생을 마감하고 돈과 권력에 짓눌인 이들의 눈물이 마를 날 없는 삶.

조금 다르다고 배척당하고, 삶과 일터에서 외면 당하고, 수시로 혐오를 겪고, 누명을 쓰는 사람들.


이들은 예수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적어도 이들은 당당한 눈빛을 하고 있겠지.

무죄하고 순결한 이들만이 지닐 수 있는 의연한 눈빛.

당당하고 떳떳한 표정.


예수의 행복 선언이 오늘은 하늘 나라 초대처럼 들린다.

이 땅의 

가난한 사람들,

지금 굶주리는 사람들,

지금 우는 사람들,

사람들이 미워하고, 쫓아내고, 모욕하고, 중상하는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열리는 하늘 나라의 문.


마음은 간절하나 오롯이 하나될 용기는 내지 못하는 나 자신을 부끄럽게 여길 때

조금은 선한 눈빛을 가질 수 있을까.

요즘 나의 표정은 어떤지 잘 들여다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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