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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파수꾼 본문
하퍼 리 지음. 공진호 옮김. 열린책들.
출판되기도 전에 쏟아졌던 찬사만큼, 책을 읽은 이들의 실망도 많았던 책. 앵무새 죽이기를 읽었던 건 20년도 넘었으니 내겐 모르는 책이나 마찬가지. 그러니 에티커스의 배신에 실망할 일도(기억이 난다 하더라도 그게 과연 배신일까 싶기도 하지만), 여전하다 못해 더 엉망으로 변해가는 사회에 대해 낙담할 일도 내게 없었다. 오히려, 여전한 시대가 던지는 질문거리들 앞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좋은 기운을 얻은 책이었다.
진 루이즈가 통찰력을 지녔더라면, 그래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고도로 선별적이고 배타적인 세계의 장벽을 꿰뚫어 볼 수 있었더라면,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평생 동안 가장 가까운 사람들도 알아채지 못하고 간과한 시각 장애를 가지고 살아왔다는 것을, 선천적으로 색맹이란 것을.
진 루이즈의 세상, 아버지 에티커스외 삼촌과 고모의 세상, 캘퍼니아의 세상, 행크의 세상이 한데 어울리다가 서서히 갈라서게 되는 지점은 어디인가. 보살핌과 사랑과 은혜가 오고가던 세상, 다르긴 하되 큰 구별이 없던 각자의 세상이 점점 멀어지다 못해 미움마저 끼어들고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는 그 지점.
무엇이 평범한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는 비열한 사람이라고 목청껏 외쳐 알리게 만드는 것일까? 무엇이 내가 좋아하던 사람들을 무정하게 만들고, 생전 입에 담지도 않던 <깜둥이>란 말을 하게 만든 것일까?
어제 신자들과의 나들이에서 한 자매님과 한동안 이야기를 했었다. 가장 좋은 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하는 이야기의 끝은 없었다. 정답은 있으나 정답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것은 왜인가. 정답을 실행해가는 이들 각자의 부족함과 그로인해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인간적인 이기심과 나약함...
언제나 이랬던 건 아니야, 확실해, 이러지 않았어. 그 이유가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전에는 왠지 사람들이 서로 믿었던 것 같아. 그때는 서로 엄히 지켜보지 않았어.
세상이 변한건지, 내가 멈춘건지, 내 주위만 빠르게 변해가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나를 둘러싼 많은 것들에게 분노를 쏟아내는 것 말고는 나 자신의 나약함과 비겁함을 가릴 방법을 몰랐던 시절. 세상을 알아가고 나 자신을 솔직히 알아가던 그 때를 그저, 속았다고 밖에는 표현할 줄 몰랐던 시절. 하지만 그때의 세상, 사회, 어른은 지금의 세상, 사회, 나이다. 내가 몸담고 살아가며 내가 일부인 세상. 여전히 나와 이 세상은 성장통을 앓고 있는 어린, 젊은 이들에게 '변질'한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얼룩다람쥐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그녀의 아버지가 법원에 앉아 더러운 마음을 가진 비열한 인간들의 운동을 부추기고 있었다. 그녀는 슈퍼마켓에서 줄을 선다든가 하는 여러 경우마다 아버지가 니그로들 뒤에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것을 보았다. 그럴 때마다 프레드씨가 아버지를 보며 눈썹을 치켜올리는 것을 보았다. 그러면 아버지는 머리를 가로저어 응수했다. 아버지는 본능적으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유의 사람이었다. 그는 예의를 아는 사람이었다.
지력이든 재산이든 사회적 위치든, 나보다 처지가 못한 사람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도 배웠지. 그건 니그로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거야. 그 반대는 경멸받아 마땅한 것으로 알았어. 나는 그런 식으로 길러졌어, 흑인 여자와 백인 남자에게.
혼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찾아간 진 루이즈에게 삼촌 핀치 박사가 던지는 질문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들이냐, 진 루이즈? 우리는 어떤 사람들이지? 이 세상에서 우리와 여전히 제일 가까운 사람들은 누구지?
웅장한 교향곡의 intro처럼 논리를 펼쳐가는 핀치 박사. 앞으로 이 장엄한 곡이 어떻게 연주될 지 도무지 알 길 없는 조카 진 루이즈에게 던져진 주 멜로디.
그건 네가 보지 않았기 때문이야. 너는 눈을 뜬 적이 없는 거야.
성장한다는 것, 나를 알아간다는 것, 전부인 줄 알았던 나 자신을 일부로 인식해간다는 것은, 그래, 이렇게 아픈 일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분명하게 거쳐야 하는 일이고 필요한 일이다.
놀랍도록 부당한 일들이 일어나지만, 한편으론 밤을 밝히는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개인적인 명예가 공존하는 고도로 모순된 사회
그나저나 차별이 방어이기도 했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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