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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어떤 대화 본문
친구 아버지 장례식에서 만난 꼬맹이적 성당 친구들과의 대화
너 : 내 딸에겐 내가 세례를 받게 하진 않을 거야. 다 커서 어른이 되면 스스로 결정하게 할 거야.
나 : 학원은 니가 정해서 보내면서 성당은 왜?
너 : 어른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원하면 어려서도 보내면 되지 뭐.
나 : 물어보긴 했냐?
너 : 당장 믿어야 되는 건 아니잖아. 나도 엄마가 가라고 해서 간 거고.
나 : 그래서 넌 나도 만났고 우리 모두를 만났고 지금 여기서 다시 만나고 있잖아. 좋은 기억은 왜 모른척이냐.
너 : 하여튼 유아 세례는 아닌 거 같아.
나 : 유아세례는 미처 하느님을 알지 못한 채 죽을 수도 있기에 교리 등 준비를 하지 않아도 댓가 없이 하느님의 은총 속에 아기를 맡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주는 거야.
너 : 어쨌든 커서 믿어도 돼.
나 : 세례가 살아 생전 한 번 해보는 건 아니잖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는 건, 하느님을 믿어 '준다'는 말이 아니야.
너 : 커서 믿어도 된다고!
나 : 나도 네 딸아이에게 세례를 강요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사람 목숨이 마음대로 되냐. 오늘 00이 아버지도 그렇잖아. 안하고 싶은 이유 말고, 나중에 하면 더 좋은 이유를 생각해 봐.
너 : 그래도 기도는 한다고! 그리고 세례 안받았다고 보살펴주지 않고 기도를 들어주지 않으면 그게 무슨 하느님이야?
나 : 세례나 기도는 하느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아니야. 너를, 사람을 위한 거야. 니 딸아이가 하느님 보호 아래 자라면서, 기도하는 마음을 지니고 그런 마음으로 세상과 사람을 사랑하고, 바르고 정직한 길을 용기 있게 걸어갈 수 있도록 힘을 부여하는 거야. 올바른 가치를 사랑하고 지키며, 덧없는 것과 영원한 것을 구별하는 법을 배워 익히고, 쉽게 죄로 기우는 우리의 나약함을 굳게 하며, 너보다 더 크신 분의 은총을 딸아이에게 선물하는 거야.
... 말문을 막히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는데, 넌 더 이상 대답을 하지 않고 소주잔을 들었지. 네 딸아이는 잘 자라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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