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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변모와 변질 본문

vita contemplativa

변모와 변질

하나 뿐인 마음 2014. 11. 2. 14:51



얼마 전 어느 언론사에서 여러 브랜드의 햄버거를 일주일간 방치한 후 그 결과를 기사화한 적이 있었다.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던 햄버거들이 일주일 만에 부패한 사진들을 보면서 나는 희안하게도, 새파랗게 곰팡이로 뒤덮인 (평소에 봤다면 기겁을 할 일이지만) 사진 속의 햄버거에게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고, 처음 모습 거의 그대로 생생함을 유지한 햄버거(일주일 전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게 만들었던 그 햄버거 말이다.)에게는 말할 수 없는 배신감을 느꼈다. 세상 사람들 거의 모두가 알 만한 그 햄버거...


햄버거는 빨리 상하는 것일수록 건강한 음식일 것이다. 햄버거 뿐만 아니라 모든 음식이 사실은 빨리? 정상적인 시간의 경과가 지나면 상해야 하는 것이다. 상하지 않는다면 그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며 내 몸에도 해로움을 끼친다는 것이다. 변모가 아니라 변질이기 때문이리라. 


수도생활 15년 차, 변모와 변질을 구분하여 내 삶을 되돌아본다. 15년 째 생생함을 유지하는 악습들은 무엇인지, 더 나아가야할 덕목들이 제자리 걸음은 아닌지, 변모하진 못하고 변질만 거듭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결같은 게 아니라 더 이상 부패하지 않는 '가공'의 무엇 때문은 아닌지... 쓰다보면 끝도 없을 것 같아 다 쓰지도 못하겠다.


썩지 않고 유지되는 햄버거를 본 순간 느꼈던 그 섬뜩함을, 내 자신에게선 발견하지 말아야 할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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