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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내 삶은 고해소다. 본문

vita contemplativa

내 삶은 고해소다.

하나 뿐인 마음 2014. 10. 28. 15:08


수녀라서 더 그런진 몰라도 실제로 고해소 안에선 나의 죄만 분명해져야 한다.

고해소에 들어가기 전까진(어떤 사람들은 고해소에 들어가고 나서도, 심지어 고해를 마치고 고해소를 나선 후에도) 

내가 죄 비스무리한 걸 짓게 된 경위와 나의 어쩔 수 없었던 죄를 유발한 타인의 원인 제공이 수천 가지, 수만 가지가 되지만 고해소라는 곳은 기본적으로 '나의 죄'를 고해하는 곳이다.

쉽게 말해 내가 누군가를 미워할 수밖에 없는 타인의 원인 제공이 아무리 많았다 해도 내가 고해소에 들어가는 이유는 그를 고발하거나 나의 억울함을 성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그를 미워했기 때문이다.

농담처럼 고해소에서 시어머니 죄를 고백하거나, 직상 상사의 죄를 낱낱이 까발릴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어떤 원인이 제공되었건 간에 나는 내가 한 일에 대한 고백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내 삶의 기본 원칙도 이러하다. 남이 내게 어떤 원인을 제공했건 간에 나는 나의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수많은 원인 제공이 제 아무리 부당하다 하더라도 나는 내가 해야할 일을 한다는 것. 선행에도, 악행에도 최선을 다해 내 삶을 살아갈 것. 그래, 내 삶은 고해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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