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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창세기에 등장하는 고대 근동 신화들 본문

깊은데로 가서 그물을 쳐 고기를 잡아라

창세기에 등장하는 고대 근동 신화들

하나 뿐인 마음 2014. 1. 17. 10:18

 

창조이야기 - 에누마 엘리쉬

 

19세기 중반 영국의 고고학자 오스틴 헨리 레이어드(Austin Henry Layard)가 앗시리아 제국 수도였던 니네베(Nineveh, 현재 이라크 모술 지방) 유적발굴 도중, 아슈르바니팔(Ashurbanipal) 왕의 도서관 유적에서 발견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일곱 개의 점토판에 아카드어로 기록되어 있으며 총 1100행에 이르지만, 이중 다섯 번째 점토판의 100행 정도는 알아볼 수 없어서 나머지만 판독된 상태다. 바빌로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창조 서사시로 꼽힌다.

에누마 엘리쉬는 천지창조 이전 신들의 탄생과 투쟁에 관한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태초의 혼돈 속에 있던 담수를 다스리는 아프수와 바다의 짠물을 다스리는 티아마트 사이에서 라흐무(Lahmu), 라하무(Lahamu), 안샤르(Anshar) 등 최초의 신들이 탄생하고, 이 신들이 다시 자신들을 닮은 자식을 낳는 과정에서 훗날 신들의 왕이 될 마르두크가 태어난다. 이후 자신의 뱃속을 어지럽히는 신들을 멸망시키려는 티아마트와 마르두크 신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고, 마르두크가 주문을 걸어 티아마트를 죽이고 승리한다. 승리한 마르두크는 티아마트의 시체를 둘로 나누어 하늘과 땅을 창조한다. 그리고 점토에 신의 피를 섞어서 사람을 만들어 그 동안 작은 신들이 담당했던 노역을 담당하게 했다. 마르두크 신은 또한 사람들에게 신들의 거처로 바빌론을 만들게 하였다. 마르두크의 위엄을 본 신들은 그를 신들의 왕으로 추대하고, 50가지 이름을 바치고 칭송하였다.

오늘날 에누마 엘리쉬는 바빌로니아 최초의 창세 서사시로 가치가 높지만 애초 창작 동기는 바빌로니아의 주신인 마르두크 신이 신들의 왕 즉 최고신의 자리에 오르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찬미하는 데 있었다. 이를 역사적 맥락으로 보면 기원전1800년을 전후해서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바빌로니아가 일어나 이 지역의 중심세력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에누마 엘리쉬는 바빌로니아라는 도시 국가의 성장을 도시의 주신 마르두크에 빗대어 노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역사적 의미 때문에 바빌로니아 왕국 신년 축제 때 대사제가 마르두크 신전에서 에누마 엘리쉬를 낭송하곤 했다.

에누마 엘리쉬에 나오는 천지창조 내용은 기본 골격이 구약성서 창세기의 내용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이 천지를 창조한 뒤 휴식을 취했다는 것이나 빛에서 시작해서 인간으로 끝나는 창조의 순서 등이유사점으로 거론된다. 학자들은 구약성서 창세기가 에누마 엘리쉬에서 변형된 것이거나, 두 이야기가 모두 동일한 제 삼의 원전(수메르 신화일 것으로 보고 있다)에서 파생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에누마 엘리쉬 [Enuma Elish] (두산백과, 두산백과)



 


홍수 이야기 아트라하시스 서사시길가메쉬 서사시


홍수 관련 설화들은 고대 근동 문화권 어디에서나 자주 발견되는 이야기로서, 대부분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되어 있다. 신들은 감당하기 어렵게 된 세상을 파괴하기 위해 홍수를 계획하는데 선택된 의인에게만 이 계획을 알리고 배를 건조하게 한다. 결국 이 의인을 통해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는데 성경에서는 이 의인을 노아로 규명하고 있고, 수메르 신화에서는 지우수드라(Ziusudra), 아카드 신화에서는 아트라하시스(Atra-hasis), 혹은 우트나피쉬팀(Ut-napistim)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별히 아트라하시스 서사시는 기원전 2000년경의 것으로 간주되는 고대의 문헌으로서, 인간들의 소음을 참지 못한 신들이 아트라하시스에게 7층짜리 배를 건조하게 하고, 7일 동안 폭우를 내리게 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결국 니시르 산에 정착하면서 물이 빠지기를 기다린 후, 새를 날려 보냄으로써 홍수가 끝났음을 확인한다.

길가메쉬 서사시역시 매우 대중적으로 보편화된 이야기였다. 신들은 홍수를 내리기로 결정하고 우트나피쉬팀에게 7층짜리 배를 건조하게 하며, 그 안에 가족들과 가축, 야생 동물들을 들어가게 한다. 7일간의 폭우가 끝난 후 니시르 산에 도달하는데, 이후 우트나피쉬팀 역시 비둘기, 제비, 까마귀 등을 날려 보낸다. 까마귀가 돌아오지 않자 배에서 나와 제사를 지낸다.

이처럼 두 서사시 자체도 상호 간에 유사한 점들을 많이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길가메쉬 서사시아트라하시스 서사시를 참조하여 새롭게 구성한 개정판이라고까지 이해하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유사성들은 고대 근동에서 제작된 문헌들과 창세기가 제시하는 창조 이야기, 그리고 홍수 이야기 사이에 분명한 연계성이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성경 저자들은 당시 유행하거나 대중적으로 회자되던 이야기들을 적절히 선택하여 하느님과 성조들의 이야기로 재구성하였던 것이고, 자신들의 고유한 신학이 드러날 수 있도록 신학적 해석을 이야기의 근저에 확고하게 깔아 두었던 것이다.

[구약성경 통권노트, 생활성서사, 김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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