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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루카 14,1.7-14 훈화 본문
▥ 연중 제22주일 루카 14,1.7-14
이번 주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혼인 잔치 비유를 드시며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높은 자리만을 원하면 결국 낮은 자리를 차지하게 되고 애써 낮아지려 노력하면 우리를 높여 주실 거라는 말씀을 하고 계시지요. 과연 우리의 뜻과 하느님 뜻은 멀다 못해 반대 수준일까요?
뉴욕에서 우리 수녀원으로 휴가를 오신 서울 소속 수녀님. 미국에 있다고 해도 우리들이 휴가라고 해서 여행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삶도 아니고 하니 이렇게 이쪽 수녀원에서 저쪽 수녀원으로 휴가를 떠나기도 합니다. 이 근처에서 해결할 수 있는 소소한 재미를 누리는 게 수녀님 휴가 목표 중 하나. 우리들은 일을 해야 하니 쉬는 날이 아니고서는 함께 할 수 없어 어제는 출근길에 10분도 안 걸리는 미술관 LACMA에 데려다 드렸는데, 저녁에 돌아온 수녀님이 하는 말, "오늘 휴관이래요."
한국 미술관만 생각하고 당연히 월요일만 휴관이리라 생각하고 미리 검색해볼 생각도 못했던 우리들은 그제야 너무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했는데요, 그 수녀님이 덧붙이시는 말이, "나에게 휴관이라 말해준 분 동생이 많이 아프다고 기도를 부탁했어요. 나 그거 때문에 거기 갔나 봐요. 기도가 필요한 사람을 만나러." 우리들은 그림 보러 가는 게 미술관 가는 이유라고 생각했지만 하느님 섭리 안에서는 우리가 미술관 가는 이유가 기도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귀기울이도록 하는 것이었지요. 인간 눈엔 실수인가 했는데 하느님께는 인류의 구원.
살다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이유와 진짜 이유가 다를 때가 많습니다. 우리 각자는 우리 존재의 이유를 무어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하느님의 이유와 우리의 이유는 얼마나 닮은꼴인지,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복음에서도 식사를 베풀 때 친구, 형제, 친척, 부유한 이웃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저는 이들, 눈먼 이들을 초대해야 하는 이유가 ‘보답’이 아니라 ‘부활’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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