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렌의 노래
- 박태범 라자로 신부
- 사람은 의외로 멋지다
- 그녀, 가로지르다
- 영화, 그 일상의 향기속으로..
- 사랑이 깊어가는 저녁에
- 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 테씨's Journey Home
- 성서 백주간
- El Peregrino Gregorio
- KEEP CALM AND CARRY ON
- HappyAllyson.Com 해피앨리슨 닷컴
- words can hurt you
- 삶과 신앙 이야기.
- Another Angle
- The Lectionary Comic
- 文과 字의 집
- 피앗방
- 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 홍's 도서 리뷰 : 도서관을 통째로. : 네이버 블로…
- 행간을 노닐다
- 글쓰는 도넛
- 명작의 재구성
- 사랑과 생명의 인문학
- 자유인의 서재
- 창비주간논평
- forest of book
- 읽Go 듣Go 달린다
- 소설리스트를 위한 댓글
- 파란여우의 뻥 Magazine
- 리드미
- 여우비가 내리는 숲
- 인물과사상 공식블로그
- 개츠비의 독서일기 2.0
- 로쟈의 저공비행 (로쟈 서재)
- 세상에서 가장 먼 길,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 2.…
- YES
- Down to earth angel
- BeGray: Radical, Practical, an…
- newspeppermint
- 켈리의 Listening & Pronunciation …
- Frank's Blog
- 클라라
- Charles Seo | 찰스의 영어연구소 아카이브
- 영어 너 도대체 모니?
- 햇살가득
- 수능영어공부
- 라쿤잉글리시 RaccoonEnglish
- Daily ESL
- 뿌와쨔쨔의 영어이야기
- 교회 음악 알아가기
- 고대그리스어(헬라어)학습
깊이에의 강요
미끄럼틀 본문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겁이 없는 편이다. 귀신 무서워 화장실 못간다 해본 적도 없고, 밤늦게까지 놀고도 혼자 집에 잘 가던 아가씨??였다. 학생 때도 겁없이 놀러 다니고 수업도 빼먹었다. 지금도 여전히 겁이 없어 이곳에 와 세 번의 고배를 마시고 겨우 면허를 딴 이유도 겁없는 운전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의 겁없음은 놀이기구를 탈 때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바이킹 같은 건 물론이거니와 빙빙 돌고 툭 떨어지고 하는 모든 것들을 웃으면서 탈 정도다. 물론 지금은 수건 벗겨질까봐 못타긴 한다만.
어릴 적 아버지랑 우체국에 다녀오는 길에는 항상 바오로 서점에 들러 책을 사고 영선 국민학교를 들러 그네를 타거나 미끄럼틀을 타곤 했다. 그네는 아버지가 밀어주셔야 하기도 하고, 누군가가 일단 타고 있으면 비켜주기 전에는 탈 기회가 없으니까(나도 그렇고 울 아버지도 그렇게 좀 기다렸다고 해서 비켜달라는 말 같은 거 할 수 없는 종류의 사람이다.) 아예 미끄럼틀에 올라가곤 했다. 이건 순서 기다렸다가 후다닥 타고 내려오면 되니까. 그래서 미끄럼틀을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면 처음부터 코끼리 놀이터를 들르기도 했다.
미끄럼틀 위에 오르면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어서 좋았고, 왠지 바람이 더 시원하게 불어오는 것같아 좋았다. 아버지가 날 웃으면서 지켜보시는 것도 좋았고, 가만히 내 몸을 맡기면 된다는 것도 좋았다. 재밌게, 오래, 신나게 내려오기 위해서는 올라가는 수고도 많아야 했다. 좁은 계단을 올라 그 위에 서서 잠시 아래를 내려다 본 후 눈을 감고 내 몸을 맡기면... 순식간에 착지! 좀더 높은 미끄럼틀에서 떨어지면 좀더 오래 탈 수 있겠다는 건 내 생각일 뿐 실제로 그럴 몸으로 느끼진 못했다. 그 어떤 미끄럼틀도 내겐 '순간!'이었으니까. 게다가 가속도라는 게 있으니 실제로도 시간의 차이가 없을듯하다. 하여튼 나는 매번 찰나의 즐거움을 위해 미끄럼틀을 올랐던 거다.
하지만 요즘은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기분좋게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눈 감고 미끄럼틀을 탔는데, 찰나가 흘렀을 뿐인데 눈을 떠보니 혼자인 것 같은. 혼자 남았다. 찰나가 지났을 뿐인데 말이다.
그래서 요즘은 겁없는 내가 가끔 혼자서, 아무도 몰래, 덜컥 ...하기도 한다.
'vita contemplativa'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편함 (0) | 2013.08.05 |
---|---|
숨지 말고 떠나지 말고 (0) | 2013.08.04 |
하나의 수도명 (2) | 2013.07.18 |
사람이 비록 해치지 않더라도 (0) | 2013.07.16 |
길 아닌 곳에 서 있을 각오 (0) | 2013.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