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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그리스인 조르바 본문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지요?"
"자유라는 거지."
니코스 카잔차키스에게 경의를 표한다. 많은 이들의 감탄에도 불구하고 난 생각보다 진도가 안나가는 책을 붙들고 참 오래도 끌었다. 조르바를 다 읽고 나니 2-3일만에 책 한권씩 진도가 쭉쭉 나가는 건 대체 왜일까.
암만 생각해봐도 사람의 영혼이란 참 멋지다. 조르바가 "인간의 영혼이란 기후, 침묵, 고독, 함께 있는 사람에 따라 눈부시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네!"라고 하듯 사람의 영혼이란 언젠가 눈부시게 달라질 수 있는 것! 난 조르바만 멋진게 아니라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참 멋졌다. 인간의 한계, 안타까운 인생관, 실수, 잘못, 사랑, 질투, 늙음... 인간이란 존재가 참 멋지다 싶었다.
애초부터 자유롭고 싶어서 수도자가 된건 아니다.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나는 늘 자유를 찾았고 자유가 뭔지도 모를 만큼, 자유를 찾을만한 여유가 없을 만큼 미처 성숙하지 못한 나에게 시련은 한발 앞서 찾아왔다.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두고 조르바는 "나는 내 불행을 춤으로 추었습니다."라고 했지만 나는 오랫동안 그러질 못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나는 자유를 노래하며 살고자 했다. 아직 춤으로까지 표현해낼 경지는 아니지만 난 자유롭다. 나를 위한 자유가 아닌, 인간의 자유를 위한 나의 자유 말이다.
자유를 향한 과정 중에 있는 내게 조르바는 한 걸음 허공을 향해 발을 내디뎌 보라고 한 마디 건넨다. "아니요, 당신은 자유롭지 않아요. 당신이 묶인 줄은 다른 사람들이 묶인 줄과 다를지 모릅니다. 그것뿐이오. 두목, 당신은 긴 줄 끝에 서 있어요. 당신은 오고 가고, 그리고 그걸 자유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당신은 그 줄을 잘라 버리지 못해요. 그런 줄은 자르지 않으면..." 어린 두목처럼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조르바의 말은 구구절절 옳았다. 어릴 때부터 나는 초인에 관한 야망과 충동에 사로잡혀 이 세상 일에 만족하지 못했다. 차츰 나이를 먹으면서 나는 조용해졌다. 나는 한계를 정하고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인간적인 것과 신적인 것을 가르고 내 연을 놓치지 않도록 꼭 붙잡았다. 그래서 나도 조르바에게 뻗대고 싶었다. "언젠가는 자를 거요." 언젠가는...
누가 더 옳은가 라는 질문은 참 무모하다. 모두가 반드시 조르바여야 한다는 말 역시 어리석다. 조르바가 빛이 나는 건 어린 두목과 함께 있을 때니까. 아니, 조르바가 어린 두목에게 연민과 애정을 느끼고 어린 두목이 조르바에게 혐오가 아닌 존경과 경의를 표할 때 조르바가 빛이 난다. 그리고 그 빛으로 어린 두목도 자신의 삶을 들여다 본다.
어리석은 편가름인줄 알면서도 굳이 나를 둘 중 하나와 동일시 하자면 나는 어린 두목 쪽이다. 나를 아는 많은 이들이 나를 조르바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수녀님들은 나를 열이면 열, 조르바라고 하실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 자신이 조르바보다 어린 두목에 가깝다고 말하고 싶다. 더더욱 조르바이고 싶으니까. 조르바는 더이상 조르바이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지 않을것 아닌가!
나란 사람은 본디 책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위기의 상황이 오면 곧잘 책 속으로 도망을 치곤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어린 두목의 자리에 서서 책 읽는 내내 조르바를 빤히 바라봤다.
"...왜 사람들은 죽는 것일까요?"
"모르겠어요, 조르바."
"모르신다!"
"아니, 두목, 당신이 읽은 그 많은 책 말인데... 그게 뭐 좋다고 읽고 있소? 왜 읽고 있는 거요? 그런 질문에 대한 해답이 책에 없다면 대체 뭐가 쓰여 있는 거요?"
""책에 쓰인 건 인간의 혼미(昏迷)에 관한 겁니다. 조르바, 인간의 혼미야말로 당신의 질문에 대답할 수가 있답니다."
"인간의 혼미 좋아하시네."
후후, 이렇게 멋진 영혼들을 내신 하느님께 영광을!
서로 다른 우리가 서로를 이렇게 바라보며 이렇게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다면....
"조르바! 이리 와 보세요! 춤 좀 가르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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