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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 본문
외할매 집에는 벽에 다락이 있었다.
의자를 딛고 서서 문을 열고 계단까지 올라서야되는 거의 옥탑방 수준의 우리집 다락과는 달리 할매집 다락은 옆으로 드르륵 문을 열기만 하면 되는 구조인데 거의 언제나 '귀한' 간식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무남독녀로 자라면서 유치원 한 번 못가본 나는, 오전에 혼자 노는 시간엔 곧잘 외할매 집에 가서 놀곤 했다. 할매집이라 해도 넓은 시골집이 아니라 조그만 방 두칸짜리 집이었으니 내가 가서 하는 거라곤 방에 드러누워 책이나 보면서 간식을 먹는 것 뿐. 그때 내가 먹던 간식들 대부분은 그 다락에서 나왔다.
외할매 집도 우리나라 모든 가정처럼 명절 즈음에는 오꼬시(강정)를 잔뜩 해서 쌓아두고 먹곤 했는데, 쌀로 만든 오꼬시 말고 검은콩이나 깨, 땅콩 섞어 만든 오꼬시는 다락에 넣어두었다가 한번씩 꺼내주곤 하셨다.
쌀 오꼬시는 그릇에 소복히 담아 마음껏 먹었지만, 왠지 외할매가 다락에서 꺼내주는 오꼬시는 조금씩 베어 입안에 넣고 살살 녹여서 단맛을 먼저, 고소한 콩 맛을 나중에 맛보곤 했었다.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지금까지도 나는 콩이란 콩은 모두 좋아한다.
또 하나 남는 기억은 그렇게 귀하게 아껴먹어서 그런지 쌀 오꼬시보다 검은콩 오꼬시가 더 오래 남았다는 것이다. 아껴 두었던 것들에 대한 기억은 참 오래도 간다.
삼덕을 떠나오며 보라에게서 이 시집을 선물받았다. 이 방에 짐을 풀고 새 소임을 시작하면서 이 시집은 책장 위에 잘 놓아두고 검은콩 오꼬시를 먹듯 조금씩 조금씩 아껴서 베어먹었다. 입안에 한꺼번에 집어넣어 씹어먹지 않고 입안에서 이리저리 굴려가며 시간날 때마다 서너 편씩 그렇게 아껴아껴 먹었다.
반 조금 더 읽으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시 제목 옆에 이렇게 스터커도 붙여져 있었다. 정말 보라다운 센스^^
다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선물한 시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읽었다, 라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