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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나는 네 안에 있는 씨앗을 알아 본문

하루하루 부르심따라

나는 네 안에 있는 씨앗을 알아

하나 뿐인 마음 2026. 8. 31. 07:22

세미나 중에 수도자로서의 자신에 대한 장점을 체크하는 시간이 있었다.
스스로 장점이라 부르기엔 부족한 듯 여겨서 체크를 안 하고,
너무나도 그렇게 살고 노력도 하지만 아직까지 장점의 경지는 아닌 것 같아 체크를 안 하고...
100개 중 50개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선생님 말씀에 힘을 내보았지만 역시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옆 짝지와 종이를 바꾸어 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내적 저항이 거세었지만 ㅎㅎㅎ  부끄럽기 짝이 없는 체크리스트를 서로 바꾸어 들었는데,
선생님께서 '내 눈에는 보이는데 스스로는(짝지 자신은) 보지 못하는 장점'을 체크해 주라고 하셨다.
잠시 망설이다가 빨간색 펜을 꺼냈다.
 
내 짝지는 같이 입회를 했지만 병가를 떠나는 바람에 거의 24년 만에 가까이 앉아본 오래전 동기 수녀님이었다.
서원 후에는 서로 하는 일이 달라서 지나치다 인사 정도는 했지만
가까이 앉아서 얘기를 나눠 본 적은 없었던,
하지만 서로의 초심을 보았던.
 
나는 빨간색 펜을 들고 체크리스트를 다시 하나하나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네가 얼마나 공동기도에 열심이었는데!', '네가 얼마나 이걸 좋아했었는데!', '네가 이걸 얼마나 꿈꾸었는데!' 하면서
다시 동그라미를 그렸다.
우리 서로 조금씩 변했고 또 열심했던 시절을 넘어 조금씩 지쳐가기도 했지만,
나는 그 시절, 친구의 첫 마음을 보았었다. 
 
'나는 네 안에 뿌려진 씨앗을 보았어.
네 안에 씨앗을 심으신 분을 확실히 보았어.'하고 중얼거리며 동그마리를 그리고 또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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