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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본문

雜食性 人間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하나 뿐인 마음 2025. 3. 3. 13:42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어크로스.

 

12.3은 이후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지 아직 마음이 놓이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를 읽지 않고 이 책부터 집어 들었다. 미국 정치 역사를 주요 골자로 해서 민주주의가 어떻게 한계에 도달하며 어떻게 독재 혹은 전제주의에 의해 붕괴되는지를 보여주는 책. 두 번째 챕터였던 '독재의 평범성'에 나오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다 못해 짓밟는 전 세계 모든 사례가 근래와 현재에 걸쳐  우리나라에서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다 싶어 숨 쉴 때마다 노여움이 한숨에 배어 나오는 것 같았다. 

 

독재자가 국가를. 극단적 성직자가 교회를, 독단적 경영자가 회사를, 독선적 부모가 가정을... 정치판에서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가면조차 쓸 생각이 없는 사람들은 이제 도처에 있고, 어디에서나 맞닥뜨리게 되는 잔인하고 비열한데 능글맞기까지 한 이들을 주저앉힐 도리가 없어, 책을 읽으며 이해를 하면 할수록 답답함이 가시지 않았던 책. 

 

사실 작가는 트럼프의 시기(45대)를 다시 되돌려야 하는, 그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책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지금은 트럼프가 다시 대권에 성공해서(47대)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무너뜨리고 자신만이 우뚝 설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작가는 다음 책에서 이 시기를 어떻게 진단할까. 책을 따라가면서 결론에 희망을 품어보다가도 자꾸만 주먹을 불끈 쥐게 됐다. 그러니 난, 거저 주어질 리 없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주먹에서도 눈빛에서도 힘을 풀지 않고 기어이 봄을 맞아야겠다.

 


p.36
"정당이 지는 법을 배울 때, 민주주의는 비로소 뿌리를 내린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릴 때, 정권 교체는 일상적인 일이 되고 국민은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p.62 ~ p.63
"민주주의에 헌신적인 정치인들, 혹은 정치학자 후안 린츠Juan Linz가 충직한 민주주의자loyal democrat라고 부른 사람들은 언제나 세 가지 기본적인 행동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첫째, 승패를 떠나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의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 이 말은 패배를 일관적이고 명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민주주의 자는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폭력(혹은 폭력을 쓰겠다는 위협)을 사용하는 전략을 분명히 거부해야 한다. 군사 쿠데타를 지지하고, 폭동을 조직하고, 반란을 조장하고, 폭탄 투척 및 암살 등 다양한 테러 행위를 계획하고, 정적을 물리치거나 유권자를 위협하기 위해 군대나 폭력배를 동원하는 정치인은 민주주의자가 아니다."

p.63
"민주주의 암살자에게는 언제나 공범이 있다. 그 공범은 민주주의 규칙을 지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그 규칙을 공격하는 정치 내부자들이다. 린츠는 이들을 가리켜 "표면적으로 충직한semi-loyal" 민주주의자라고 불렀다."

p.64
"충직한 민주주의자가 민주주의에 반하는 행동을 일관적이고 확고하게 거부하는 데 반해,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는 다소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한다. 그들은 두 가지 방식으로 움직인다. 즉, 민주주의를 지지한다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폭력이나 반민주적 극단주의에 눈을 감는다."

p.64
"주류 정당이 전제적인 극단주의자를 용인하고, 묵인하고, 혹은 이들에 대해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할 때, 민주주의는 곤경에 빠진다. 그들은 독재를 현실적으로 구현하는 조력자가 된다. 실제로 역사에 걸쳐 독재주의자, 그리고 유명한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들 사이의 연합은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비법으로 작용했다."

p.72 ~ p.73
"폭력적인 극단주의자들이 주류 정당으로부터 암묵적인 지지를 받을 때, 그들은 법적으로 처벌을 받거나 공직에서 쫓겨날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p.76
"민주주의 붕괴를 주도하는 많은 정치인은 자신의 자리를 보존하거나 더 높은 자리로 올라서려는 야심 찬 경력지상주의자다. 그들은 심오한 원칙을 기반으로 민주주의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단지 민주주의에 무관심할 뿐이다. 그들이 반민주적 극단주의를 묵인하는 이유는 그게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들 정치인은 단지 앞서 나가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할 뿐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 붕괴에 반드시 필요한 조력자 역할을 맡게 된다."

p.77
"주류 정치인들은 반민주적 극단주의를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만들어줌으로써 민주주의를 허물어뜨리는 데 동참한다. 그러나 그들은 또한 다른 방식으로도 민주주의를 무너뜨린다. 그것은 바로 ‘헌법적 강경 태도constitutional hardball’를 통해서다. 그들은 헌법을 거시적인 차원에서 따르지만 그 정신을 교묘하게 훼손시킨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모든 민주주의 사회에 존재하는 전투적인 정치가 아니라, 법을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헌법이 아무리 훌륭하게 설계되었다고 해도 기술적인 차원에서 합법적인 형태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그래서 헌법적 강경 태도가 그토록 위험한 것이다. 정치인들은 노골적으로 법을 어기지 않는다. 그들은 절대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

p.203
"오늘날 민주주의는 그저 다수가 지배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다수의 지배와 ‘동시에’ 소수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18세기 말에서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서구 사회에서 등장한 민주주의(오늘날 "자유" 민주주의라고 부르는)는 두 가지 기둥이 떠받치고 있다. 그것은 집단적인 자율 통치(다수의 통치), 그리고 시민의 자유(소수의 권리)를 말한다. 자유 민주주의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없이 존재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선거를 통해 얻을 수 있거나, 혹은 얻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 대법관 로버트 H. 잭슨Robert H. Jackson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회적 정치적 삶에서 일부 영역은 "다수결의 범위를 넘어서" 존재해야 한다."

p.247
"소수는 때로 정치 싸움에서 다수를 좌절하게 만들거나 일시적으로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이러한 일은 민주주의 정치에서 일반적인 협상을 통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소수가 '계속해서' 거대 다수를 이기거나 정책을 강요하는 것, 나아가 그 시스템을 이용해서 자신의 우위를 굳건하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 그곳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소수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p.353
"의제의 공론화는 시작에 불과하다. 민주주의 개혁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정치적 압박이 필요하다. 의미 있는 변화는 일반적으로 지속적인 사회적 운동, 즉 활동을 통해 논의의 흐름을 바꾸고, 결과적으로 특정 사안에 대한 정치적 힘의 균형점을 옮기는 광범위한 시민 연합을 통해 이뤄진다. 국민 청원과 방문 캠페인, 집회, 행진, 파업, 피켓 시위, 연좌 농성, 보이콧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는 사회 운동이 여론과 언론 보도 방향을 바꿀 수 있다. 궁극적으로 사회 운동은 개혁을 지지하는 새로운 유권자 집단을 양산하고 현상 유지를 옹호하는 이들의 입지를 약화시킴으로써 정치인의 선거적 계산을 바꾼다."

p.354
"모든 주요 개혁 운동에는 수십 년의 세월이 걸렸고, 이들 모두 그 과정에서 종종 막다른 골목에 맞닥뜨렸다. 사회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거 패배나 내부 분열, 혹은 예상치 못한 지도부 교체 및 분열을 초래하는 해외 전쟁과 같은 난관에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p.355 ~ p.356
"헌법에서 남성male이라는 단어를 없애기 위해 이 나라의 여성은 52년간 끊임없이 운동을 벌여야 했다 ···. 그동안 여성들은 남성 유권자를 대상으로 56번의 국민투표 캠페인, 의회가 유권자에게 투표권 수정안을 내놓도록 촉구하는 480번의 캠페인, 여성 참정권을 주 헌법에 포함시키기 위해 주 헌법회의를 촉구하는 47번의 캠페인, 주 정당 집회가 여성 참정권 조항을 상정하도록 설득하는 277번의 캠페인, 대선 정당 회의가 여성 참정권 조항을 정당의 강령으로 채택하도록 촉구하는 30번의 캠페인, 19번의 연속적인 의회와 함께한 19번의 캠페인을 벌여야 했다 ···. 수백 명의 여성이 평생에 걸쳐 쌓아 온 가능성을 보여줬고, 수천 명의 여성이 평생을 바쳤으며, 수십만 명의 여성이 최선을 다해 끊임없는 관심과 지원을 보냈다. 그것은 지속적이고 끝이 없어 보이는 활동의 연속이었다. 그 흐름의 마지막 고리를 연결하는 데 기여한 젊은 여성 참정권론자들은 그 운동이 시작될 무렵에 태어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 연속의 첫 번째 고리를 만들어낸 나이 많은 여성 참정권론자들은 그 운동이 끝났을 때 이미 세상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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