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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요한 4,5-42 선생님, 그 물을 저에게 주십시오. (가해 사순 제3주일 레지오 훈화) 본문

요한의 우물/요한 4장

요한 4,5-42 선생님, 그 물을 저에게 주십시오. (가해 사순 제3주일 레지오 훈화)

하나 뿐인 마음 2023. 3. 7. 13:00

Painting by Helen Cherkasova. Christ and the Samaritan Woman. 

 
이번 주는 사마리아 여인이 나오는 복음입니다. “선생님, 그 물을 저에게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목마르지도 않고, 또 물을 길으러 이리 나오지 않아도 되겠습니다.”(요한 4,15) 우물가에서 예수님을 만난 사마리아 여인의 말입니다. 이 여인은 안좋은 소문에 휘말려 있어서 사람이 없는 시간인 정오 무렵,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어쩔 수 없이 햇볕이 가장 뜨거운 시간에 물을 길으러 나왔습니다. 사람들이 없으니 수군거림은 피할 수 있겠지만, 아무도 다니지 않는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홀로 물동이를 짊어지고 걸어야 했을 것이고, 무거운 우물 뚜껑을 열어주거나 물동이를 이는 것을 도와줄 사람도 없었을 것이고, 잠시라도 마음을 터놓을 상대도 물론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인은 걸을 수 없을만큼 무덥고 고단하고 외로운 그곳에서 예수님을 만납니다. 모두를 피했지만 예수님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모두가 여인을 수군거리며 흉을 봤지만 예수님은 여인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사람을 피했던 이 여인은 예수님을 만난 후 사람들에게 달려갑니다.)

  사순시기는 이 복음을 특별히 더 잘 알아들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예수님의 수난을 생각하며 단식도 해야 하고 즐기던 것들도 지향을 가지고 절제를 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성당에서는 행사가 줄어들고 즐거운 성가나 화려한 연주가 없는 전례는 무겁고 조용합니다. 이 사순절이야말로 물을 길으러 밖으로 나갈(4,15) 때가 아니라 내 안에서 예수님께서 주시는 그 물을 길어 올려야 하는 시간인 것입니다.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물, 내 안에서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물, 이 물을 나에게 주실 영원한 생명이신 분을 그저 밖에서만 찾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내 기도 안에서 찾아내야 하는 시간. 
 
  그러기 위해서는 사마리아 여인처럼, 다소 속상하고 고단하고 쓸쓸한 시간과 장소에서 예수님을 만나고, (의미를 온전히 깨닫지 못하더라도) 예수님께 물을 청하는 시간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요한 복음사가는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내가 주는 물을 마셔라."고 말씀하시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분의 그 말씀은, 사마리아 여인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분 앞에 서서 내가 직접 들어야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주간은, 사순절의 극기와 희생을 통해 예수님께 가까이 다가가서 "선생님, 그 물을 저에게 주십시오."하고 청해보시기 바랍니다. 물을 청하고 “내가 주는 물을 마셔라.” 하시는 예수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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