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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사랑하는 고양이가 죽은 날 본문

그뤼 모우르순 글, 그림. 한주연 옮김. 찰리북.
사랑하는 고양이 함푸스가 차에 치어 죽었다. 함푸스를 집에 데려온 후 주인공이 처음으로 하는 말은 "범인이 누군지 알고 싶어." 슬픔에 짓눌려 있기만 하지 않고 범인을 찾으러 나선다.
범인은 강아지를 기르는 아줌마. 복권을 팔러 왔다는 아이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미소를 지으며 돈을 내어줄 자세도 갖춘 아줌마. '그렇게 될 줄 몰랐다'는 아줌마의 말에 주인공은, '아줌마는 지금 내가 얼마나 슬픈지 모르겠죠.'라며 "고양이 살해범!" 하고 소리쳤다. 함푸스 소식에 자신의 행동만 곱씹는 아줌마에 대한 주인공의 반응은 함푸스의 가족의 슬픔도 헤아리지 않았고, 잘못을 시인하지도 사과하지도 않았음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범인'을 잡은 후에야 치뤄지는 함푸스의 장례식. 함푸스와 헤어지는 자리에 함푸스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고, 범인으로 오해받았던 사람들도 있지만, '범인'은 저 아래 길가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누구에게나 사정이 있고, 가진 게 많지 않고, 가족도 없는 사람이니 '가엾다'는 엄마. 사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가진 게 많지 않다는 것이, 가족이 없다는 것이 죄를 없던 것으로 해줄 수 있을까. 아니, 이미 저지른 죄를 가볍게 할 수 있을까. 주인공은 말한다. "아줌마는 저 아래 서 있는 게 당연해요."
이 모든 일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회전의자에 앉아 노래를 들으며 펑펑 울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며칠, 몇 달, 몇 년 계속 계속 울면서 함푸스를 생각하고 싶었어요." 비로소 진정한 애도가 시작되는 때는 언제인가...
나는 어른이어서일까... '그렇게 될 줄 몰랐다'는 아줌마의 말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범퍼에서 '쿵!' 소리가 났다면, 급브레이크를 밟았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튀어나오는 걸 봤다면, 엘리 씨네 지하실로 쪼르르 사라지는 걸 봤다면... 그대로 그 장소를 떠나선 안 되는 거였다. 차에서 내려 살펴보고, 고양이가 뛰어간 지하실까지 가 봤어야 했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그대로 차를 몰고 가버린 후 까맣게 잊고 있어서는 안 되는 거였다. 함푸스를 잃은 아이 앞에서 '그렇게 될 줄 몰랐다'는 말은 더더욱 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잘못을 시인하지도 않고, 용서를 구하지도 않고, 섣불리 화해를 시도해서도 안 되는 거였다. 어른이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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