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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살아 있다는 건 본문

다니카와 슌타로 시. 오카모토 요시로 그림. 권남희 옮김. 비룡소.
어수선한 마음을 가라앉히고자 저녁 일과가 끝나고 조용한 수녀원 성당에서 혼자 시간을 좀 보냈다. 묵주기도도 오롯하게 바치고 싶어 산책도 않고 성당에서 고요히 바쳤다. 그러고 나서 집어든 책.
시 한두 절과 그림 한 장. 천천히 시와 그림을 음미하고 싶었지만, 제목부터 마음이 쿵 했다. 발 앞에 죽어 있는 매미(아마도)와 부지런히 죽은 매미를 먹이로 집에 가져가려는 개미들의 그림을 보며, 또 쿵 했다. 살아 있다는 건 뭘까.
“감춰진 나쁜 마음을 조심스레 막아 내는 것이지”에 한참 머물렀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눈부신 태양 아래, 해바라기는 피었고, 아이들은 할아버지께 손을 흔들며 웃음 짓고 할아버지는 모자도 쓰지 않은 채 아이들에게 미소를 보낸다. 감춰진 나쁜 마음을 조심스레 막아내는 것이 살아 있다는 것이란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 한 구절을 되뇌다보니 그림에서 시야가 넓어진다.
하늘 아래 있는 것, 빛 속에 있는 것, 웃음을 보내는 것, 지나치지 않고 미소로 답하는 것, 무엇보다 제 자리에서 빛을 향해 피는 것. 그래, 이것이 산다는 것이고 감춰진 나쁜 마음을 조심스레 막아내는 것이지.
모두가 고개를 떨구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이리도 어렵나 싶어 아프고 원망스러웠던 시간도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