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깊이에의 강요

길이었다가 길이 아니었다가 본문

vita contemplativa

길이었다가 길이 아니었다가

하나 뿐인 마음 2020. 5. 3. 22:45

여름이 가까운 봄인데다 비까지 내려 그야말로 온갖 푸른 싹이 흙에서 돋았다. 감상할 틈도 없을 정도의 속도로 매일매일 잎이 돋고 꽃이 피었다. 하루하루가 아름다워 이길 저길 걸어보는 것도 요즘의 소소한 행복이었는데, 오늘 사진을 찍다가 알았다. 소박한 들꽃이 만들어준 길은 그 끝이 담으로 나 있었고, 길이었기에 그동안 매일매일 걸어 다녔던 대문으로 난 길은 서서히 보이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꽃이 만든 길, 풀이 덮는 길. 산다는 것도 이런 건가. 살다보면, 의심 없이 걸어다녔던 길이 조금씩 사라지기도 하고 예쁘다 싶어 걸어갔는데 담 앞에 나를 서게도 한다. 오늘 그 길이 보이지 않는다 해도 풀이 마르고 바람에 날리는 계절이 오고, 담 앞에 서게 되었다 해도 돌아서면 되는 법. 내가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vita contemplativa'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이나 사람이나  (0) 2020.05.24
곧은 게 능사는 아니다  (0) 2020.05.16
봄의 위로  (0) 2020.04.29
빛으로 난 좁은 길  (0) 2019.11.18
지극히 거룩한 삼위일체 대축일(어린이 미사 강론)  (0) 2019.06.16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