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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꼬마 너구리 요요 본문
이반디 지음. 홍그림 그림. 창비.
예전에 읽었던 동화책인데 공동체 내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누군가를 위해 다시 집었다. 그를 만나기 전에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마음이 좀 아리기도 하고 또 실컷 울고 난 다음날처럼 좀 괜찮을 것 같기도 했다. 누군가를 향했던 손을 말없이 거둬야 하는 일. 손을 내밀 때와 내밀고 싶은 손을 그대로 둔 채 마음만 간직해야 할 때를 알게 될 때마다 우린 조금씩 깊어지겠지.
갑자기 읽게 되어서 요요가 트위터책빙고2020 '11.하루만에 다 읽은 책'이 되었는데, 산다는 것도 이런 게 아닌가 싶다. 누군가의 옆자리에 조용히 자리 잡고 내 손 하나 쓱 내밀 줄 알았던 요요처럼, 트위터책빙고와 무관하게 되었어도 여전히 스스로 좋은 책일 '왕자와 드레스메이커'처럼 살고 싶구나!
마지막 이반디 작가의 말도 참 좋았다.
"가지고 싶은 걸 가질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 내가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없다는 걸 알아 가는 마음은 우리가 세상에 나와 처음 겪는 아픔일 거에요. 하지만 그걸 알아 가면서 도토리같이 단단한 마음을 가지게 되지요."
가장 좋았던 부분은, 산쥐왕자가 인사도 없어 총총 뒤돌아서서 가버릴 때 더 이상 울지도 속상해하지도 않는 요요.
"“데려가.” 요요가 포실이게게 말했어요. “응?” 포실이가 물었어요. “네가 데려가. 너 가면 또 운단 말이야.” “하지만......” 포실이는 어찌할 바를 몰랐어요. “그래? 그럼 애 엄마가 올 때까지 우리 집에 있으면 되겠구나.” 포실이 할아버지가 말했어요. “요요야......” 포실이가 요요를 봤어요. “난 괜찮아.” 요요는 속으로 다시 한번 말했어요. ‘정말 괜찮아.’"
"“속상하지?” 엄마가 다가와 요요의 등에 손을 얹었어요. 요요는 입을 꾹 다물고 숨을 참았어요. “네 마음 다 이해해.” 엄마가 말하자 요요는 갑자기 눈물을 뚝뚝뚝 떨어뜨렸어요. “왜 나는 아니야?” 요요는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어요.’ ‘다른 애는 좋아하면서.’ 요요는 울음이 멈추지 않았어요. 소리를 내며 한참을 울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울음은 잦아드는 법이고, 그건 요요도 마찬가지였어요."
"바로 그때예요. 너구리 요요가 슬그머니 앞으로 나가 산쥐 왕자 옆에 서는 것이었어요. 그러더니 자기의 손 하나를 펼쳐 산쥐 왕자의 손 옆으로 쓱 내미는 게 아니겠어요? 나란히 펼친 작고 귀여운 세 개의 손 위로 햇살이 따라롭게 내리쬐었어요. 왕자가 다시 손가락을 세기 시작했어요. 왼손을 보며 하나, 둘, 셋, 넷. 오른손과 요요의 손을 보면서 하나, 둘, 셋. 넷......다섯. 산쥐 왕자는 속으로 처음부터 이어서 손가락을 세었어요.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아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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