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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푸른사자 와니니 본문
이현 지음. 창비.
영화를 한 편 보는 것 같았다. 영웅이라서 왕이 아니라, 내 삶의 주인이 될 때 왕이 된다. 상대가 악이어서도 아니고, 환경이 척박해서도 아니고, 다른 왕들을 이겨서도 아니고.
"초원 어디에도 쓸모없는 것은 없었다. 하찮은 사냥감, 바닥을 드러낸 웅덩이, 썩은 나뭇등걸, 역겨운 풀, 다치고 지친 떠돌이 사자들... 마디바가 쓸모없다고 여길 그 모든 것들이 지금껏 와니니를 살려주고 지켜 주고 길러 주었다. 쓸모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초원에서는 초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든대. 비구름이 머무는 동안에는 비구름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고."
"와니니 무리가 함께 포효할 수 있는 땅, 그것이 와니니가 원하는 것이었다. 와니니 무리가 가져야 할 것이었다. 물도 부족하고, 발굽 있는 동물도 드문 곳. 비가 오지 않는 계절에는 물 한 방울 없이 메마른 땅이 될지도 몰랐다. 그렇게 모든 것이 부족한 땅이라도 좋았다."
"스스로 원하던 싸움을 했으니 나는 스스로의 왕이었다. 초원의 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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