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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태 1,18-23 두려워하지 말고 맞아들여라 본문
요즘은 현실이 고달파 잠시 눈을 감은 채 묵인과 합리화 사이를 위태롭게 오가는 동안
잘못 놓여진 주추 위에 거대한 성이 완성되고 있는 기분이다.
이제 와서 잘못 놓인 벽돌을 빼자니 그간의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고...
요셉은
만약 잘못 지어진 것이라면 공든 탑이라해도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듯,
이미 자신의 생각을 굳힌 후에 나타난 천사의 조언에 따라 마음을 돌리는 것 역시 두려워하지 않았다.
설마 고뇌가 없었으랴마는
그의 정직하고 묵묵하며 단호한 성격이 부럽다.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20절)는 구절이 마음에 들어온다.
두려웠다. 아니, 두렵다.
이미 굳힌 생각.
이미 지나쳐온 길.
이미 흘려보낸 시간.
"두려워하지 말고 맞아들여라."
다시 나의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것, 다시 나의 삶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
잘못되었으니 보내는 것이 마땅하다 생각한 마리아를, 혹은 그를, 혹은 나 자신을 맞아들여라.
어제는 저녁기도 전 성독시간에 쏟아지는 잠을 떨치기 위해 마신 커피 한 잔 때문에 두 시가 넘도록 잠들지 못했다. 새벽 5시에는 일어나야 하고 반주도 해야 하는데 싶어 결국 밤에 먹는 감기약을 먹고 잠을 청했다. 약을 먹었으니 곧 잠들긴 했지만 두시간 남짓 되는 시간 동안 꾼 꿈이 하루 종일 생생했다. 뒤척이며 꾸었던 그 꿈은 삶을 새롭게 시작하는 꿈이었다. 여전히 난 수녀였지만, 전혀 낯설고 아주 가난하고 어둡고 위험한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꿈. 난 가진 것도 없었고 아는 것도 없었다.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라 빈민가에 방을 얻고 나를 위협하는 이들 가운데를 지나서 서툰 언어를 사용하며 일자리를 찾아나서는 현실적 두려움으로 가득찬 꿈. 희망의 시작이 아니라 두려움의 시작. 쾌쾌하고 어두운 골목, 무겁고 불투명한 가로등 불빛, 가벼우면서도 날카로운 언어들, 막연히 나를 향하던 공격적인 눈빛들. 그리고 어떻게든 내가 믿고 의지해야 했던 사람 둘. '자매'였던 '둘'.
"두려워하지 말고 맞아들여라."는 구절이 예사로 읽히지 않는다.
성모님 탄생 축일에 요셉에 대한 묵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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