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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태 9,1-8 본문
"얘야, 용기를 내어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이 말씀을 들은 사람들을 생각해 봤습니다. 사람들. 율법 학자들. 무엇보다 중풍 병자. 그리고 예수님 당신.
치유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온 사람들은 죄를 용서해주시는 당신의 말씀을 듣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속시원히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율법학자들이 입을 열었습니다. 그들은 도대체 당신의 이 말씀에서 어떻게 '신성모독'을 끄집어 낼 수 있었을까요? 그 어마어마한 권력(적어도 그들에게는 구원도 사랑도 아닌 권력이죠.)을 근본도 없는 이 남루한 자가 멋대로 휘두르는 걸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던 걸테지요. 어느 쪽이 더 쉬우냐(easier)? 그들에겐 병을 낫게 해주는 것도 죄를 용서해주는 것도 절대로 맘이 편하지(easy) 않았을 겁니다. 네, 결국 어느 쪽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 그들에게 당신은 권력이 아니라 '권한'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 주십니다. 몸과 마음의 굴레 모두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중풍 병자를 보여주시면서 말이지요.
중풍 병자에겐 당신의 말씀이 어떻게 들렸을까 묵상해 봤습니다. 내 안의 수많은 생각과 감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불편한 나에겐 그 말씀이 어떻게 들리는지 또 묵상해 봤습니다.
"얘야."
"용기를 내어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한마디 한마디 마다 마음 안에 물이 고이는 것 같습니다. 가장 힘든 사람은 중풍 병자 본인일텐데, 병고보다 더 큰 마음의 고통도 짊어져야했지요. 왜 자신이 중풍에 걸렸는지도 모르는데, 그것이 자신이 지은 죄 때문이라는 선고까지 받았어야 하니까요. 몸도 마음도 이미 지칠대로 지쳐 만신창이가 아니었을까요. 결국 그는 몸도 마음도 편안해졌습니다(easy).
이제 저입니다.
"Courage,
child,
your sins are forgiven."
지금 저에게 필요한 것이 '용기'임을 아시는 당신.
그 매듭이 풀려야만 이 모든 불편함, 부자유로움에서 풀린다는 것을 알려주시는 당신.
마음이 편안해지기(easy) 위한 가장 쉬운(easy) 방법.
당신의 마음을 움직였던 건 사람들의 '믿음'이었지요.
그리고 군중은 두려워하며 하느님을 찬양하였습니다.
이 복음 장면을 그린 그림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몇 장 없는 그림들에서 '평상'은 이렇게 무겁고 크게 그려졌습니다. 그가 평생 짊어지고 있었던 삶의 무게겠지요. 저 큰 짐을 부득부득 짐을 지고 떠나가는 그가 부럽습니다. 이제 그에게 저 큰 짐은 자신을 짓누르는 형벌이 아니라 기꺼이 지고 가는 당신의 말씀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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