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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연평해전 본문

엿보다

연평해전

하나 뿐인 마음 2015. 8. 6. 03:55

 

 

기대라기 보다는 굉장히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연평해전이 있었던 해, 나는 법정 수련기를 코앞에 둔 청원자였는데 그닥 뉴스라는 걸 볼만한 처지도 아니었거니와 온통 시끄러운 월드컵으로 난, 오히려 안으로 더 기어들어가던 때였다. 축구라는 스포츠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의 무지했던 무관심이랄까.


온통 월드컵 뉴스로 온 대한민국이 도배되던 그때 연평해전이 있었다. 어렴풋하게 지나가던 이야기처럼 들었지, 난 그게 뭔지도 몰랐다. 하도 뉴스가 잠깐 비추다가 사라지는 바람에 사실인가 싶기도 했던 기억. 어쨌든 나는 서둘러 세상을 떠나야 하는 사람이었기에 애써 잊었던 건지, 잊혀진 건지... 곧 연평해전이란 단어조차 희미해졌다. 


그러다가 이 영화를 보게 된 거다. 소수의견을 보고 난 후라서도 아니고, 여러 리뷰들 때문도 아니고, 온전히 내가 느끼는 만큼만, 딱 그만큼만 영화를 보고 싶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았다.


난 사실 '아무 의도도 없었다'란 말을 그닥 믿지 않는다. 의도 없이 무엇을 한단 말인가. 순수한 목적이었다 해도 어쨌건 목적은 있기 마련 아닌가. 그런데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의도'가 내내 믿어지지 않아 갸우뚱 거리기만 했다. 다른 의도가 없다고 했었던가. 그럼 이렇게 확연히 느껴지는 이 '남탓'은 뭐란 말인지. 뭔가 원인을 찾거나 함께 고민하자는 내용이 아니라, 이건 이거니 다른 생각은 하지 마라, 주어진 정답에 끼워맞춰라... 뭐 이런 '강요'가 느껴지는 거였다. 

 

당시 정부와 해군 지도부의 잘못이 전혀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원인 제공자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고, 분노해야할 대상 범위는 좁혀서 한곳만 향한다. 전투 결과도 실제와는 다르게 우리 측의 참패인 것처럼 그려놓는 등 제대로 다뤄야할 역사적 사실마저 비틀어 놓았다는 게 답답하고 안타깝다.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그들의 안타깝고 애잔한 목숨마저 어처구니 없게 만든 건 아닌가 싶었다. 그들의 목숨을 더더욱 헛되게 만드는 결과라니... 별 맥락도 없이 눈물과 슬픔에만 호소하려는 영화를 보면서, 거부감마저 들었다면 심한 걸까.


함께건 스스로건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정내리고, 결과에 따라 노력하고 다시 시작하려는 '자유'를 애초에 인정하지 않는 영화라니... 영화적 기술도 매끄럽고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여 영화를 만들어낸 많은 이들의 노력마저 안타깝다면, 내가 너무 편협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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