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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다

명량

하나 뿐인 마음 2014. 8. 31. 15:15


좀처럼 떠나지 않는 질문. 

내 삶을 들여다봐도, 책을 읽어도, 이웃들을 둘러봐도, 뉴스를 검색해봐도, 어둠 속 수녀원 성당에 홀로 앉아 있어도 그래, 좀처럼 떠나지 않는 질문.


나는 누구와 싸우고 있을까. 

우리는 과연 누구와 싸우고 있을까.

아니면 우리는 누구와 싸워야 할까. 


모든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데 서로 치고 받고 싸우고만 있고 정작 국민들은 낭떠러지다.

하느님 나라를 위해 신부 수녀가 되어 살아가면서도 좀처럼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을 때가 많다.

하느님을 믿으며 바르게 신앙 깊은 기도 생활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가 바람 잘 날이 없다.

아픈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병원에서 사람보다 돈이 중요하고,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 법 질서를 유지해야할 법원에서 사람보다 돈이 중요하고,

하늘 나라를 꿈꾸며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어가야할 성당에서도 '나의 사람', '나의 이익'이 더 중요하고... 끝이 없다.

우린 정말 누구와 싸우고 있는 걸까.


임금이란 존재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영화 속 세상이,

순명와 배신을 손바닥 뒤집듯 반복하는 것이 당연해 보이는 영화 속 세상이,

무기를 들고 싸워야 하는 승려들이 피비린내 나는 전쟁통 한가운데에 끝까지 자리하는 영화 속 세상이,

시대만 다를 뿐 지금과 매한가지다 싶은 생각은 얼마나 나를 서글프게 하는지.


일본과의 전쟁이 아니라,

제 잇속 차리기 바쁜 고관들, 사리사욕에 눈 먼 관리들, 내 가족의 안위를 위하고 싶은 마음과 지긋지긋한 속세를 떠나 낙도를 꿈꾸고 싶은 소박한 마음과의 전쟁이다.

일본 역시 조선과의 전쟁은 뒷전이었고 전쟁에서 세운 공로를 인정받아 한 자리 꿰차려는 마음, 자신의 출세에 위협을 가하는 모든 세력과의 싸움이었다.


나는 누구와 이 지루한 전쟁을 치르고 있나 생각하게 된다.

내 삶에서 나를 수시로 공격하는 것이 왜 나의 이기심이고 나의 연약함인가.

내 삶에서 내 발을 걸어 날 넘어지게 하고 낙담시키는 것이 왜 함께 하늘나라를 만들어가야할 내 형제요, 수도가족인가.

내 삶에서 나를 비참하게 만들고 진저리치게 하는 사람들이 왜 내 동포요, 이웃인가.

이겨야할 적과 견뎌야할 조건을 구별하는 것만이 우리를 덜 지쳐가게 해줄 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서로에게 힘이 되기도 했지만, 원치 않게 가끔씩은

상대를 고단하게 만드는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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