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깊이에의 강요

2014. 6. 3. 본문

하루하루 부르심따라

2014. 6. 3.

하나 뿐인 마음 2014. 6. 4. 14:30


오늘은 앤드류 새사제의 첫미사가 우리 수녀원에서 있었습니다. 얼마 지켜보진 못했지만, 이 곳에 와서 학사님으로 만나 부제님이 되는 것과 사제가 되는 것까지 우연처럼 다 지켜보았습니다. 누군가의 시작을 지켜보는 것은 제게도 큰 도전입니다. 어쩔 수 없이 나의 첫마음을 되돌아보게 되니까요. 지금의 나 자신을 부정하고 싶어 아무리 고개를 저어본들, 다른 길도 아닌 사제의 길로 들어선 이가 존재 자체로 던져대는 질문을 피할 방법이 없는 거지요. 오늘 읽은 예레미야서에서 당신이 던져대시는 질문 역시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내 백성은 셀 수도 없이 허구한 날 나를 잊었다. 

너는 사랑을 찾아 제 갈 길을 어찌 그리 잘도 걷는가?" (예레 2,33)


"단지 네 죄를 시인하기만 해 다오." (예레 3,13)


요즘 읽는 최인호 씨의 유고집도 제게 질문을 던져댑니다. 그래서인지 어제는 몇 년 전에 꾸었던 꿈과 비슷한 꿈을 꾸었습니다. 본래도 눈 주위나 귀 부근이 잘 가렵고 허물이 벗겨지기도 하지만, 얼굴 전체가 그런 허물로 덮여 있었고 전 그걸 벗기고 있었지요. 물론 고통은 없었습니다. 그저 내 얼굴을 덮고 있던 허물을 한거풀 벗겨야 하는 거지요. 한 거풀 벗고 조금 더 민낯의 나로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로 알아듣지만, 솔직히 마음이 썩 편하지는 않습니다. 치뤄야할 것들과 버려야할 것들에 대한 부질없는 미련 때문이지요. 고통스럽지 않았다는 것에서 힘을 얻어야 할까요.


"벗이여, 저는 자주 넘어집니다.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과, 타고난 성격인 화를 잘 내는 습관과, 일단 입을 열면 남을 비판해 놓고 보는 교만과, 성욕에의 유혹으로 저는 단 하루도 죄를 짓지 않는 날이 없습니다. 적당히 죄를 지으면서 적당히, 적당히, 적당히 돈을 벌면서 적당히, 적당히, 적당히 거짓말을 하면서 적당히." ('눈물', 최인호 유고집)


주님, 저도 당신 앞에 이렇게 솔직하게 서게 도와주십시오. 한 거풀 벗어던지고 조금 더 솔직하고, 조금 더 가리지 않은 모습으로, 조금 덜 예쁘고 조금 더 부끄럽더라도... 주님 당신 앞에선 그렇게 서고 싶습니다. 

'하루하루 부르심따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새  (0) 2014.06.24
우리가 건너간 시간  (0) 2014.06.19
2014.5.16.  (0) 2014.05.17
2014.5.9.  (0) 2014.05.10
2014.5.8.  (0) 2014.05.09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