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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구월의 이틀 본문
장정일 장편 소설. 랜덤하우스.
뿌리 얕은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격랑 속에서 길을 잃고, 길을 찾아가는 두 젊은이의 성장기.
한 인물의 개인적 성장기에 관한 소설을 제법 보았지만, 장정일의 이 소설은 시대의 성장기를 읽는것 같았다고나 할까. 자신의 견해는 명확하지 않은 채 전수받은 이데올로기와 각자가 겪어내어야 하는 성장통과 현실의 격변이 뒤엉키고, 겁없이 드러냄과 이유없는 숨김을 반복하며 성장해야했던 우리들의 이야기 같았다.
'죄?'
'죄'?'라고 마음속으로 반문하고 나서, 그렇게 느꼈던 자신의 감정을 다시 한 번 살펴보니, 그건 죄가 아니라 '배반'에 더 가까운 거였다.
삶은 하나이면서도 수많은 하나의 순간들이 모여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큰 흐름을 바꿀 정도의 '하나의 순간'을 만나면 거대한 흐름이라 여겼던 삶이 방향을 틀게 되고, 급류에 휘말린 사람처럼 원하지도 않았던 흐름을 따라 멀리 멀리 내려가다보면 그게 자신의 삶이 되어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마치 나처럼. 구월의 이틀은 이 '하나의 순간'에 대한 이야기이자 '급류의 순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느 날 자신의 삶을 뒤돌아 보았을 때 발견하게 되는, 방향을 틀게 만든 순간을 되짚어 보는 이야기 말이다.
문학은 내 삶을 구구절절이 받아적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내 삶이 망각해버린 이틀, 혹은 내 무의식 속에 숨어 있는 2인치를 찾아내는 겁니다.
책을 다 일고 나니 이런 삶도 있구나 싶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삶을 들여다본듯한, 누군가의 비밀을 엿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소설. 그들은 지금 어디서에 어떻게 살고 있을까 아직도 궁금할 정도의 현실적인 인물의 금과 은. 주위의 모든 이들이 이 정도의 비밀은 간직했겠지 싶어, 너와 내가 지극히 다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다지 다를 거 없다는 생각이 더욱 굳어진다. 덧붙여 나의 '구월의 이틀'은 언제였을까 생각해 본다.
반복은 지옥이다. 지옥은 반복이다. 반복과 지옥은 이음동의어이다... 우리가 지옥에 빠진다는 말은, 다름 아닌 반복의 지옥에 빠진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생에서 도둑질을 한 사람은 지옥에서도 계속 심장 터질 듯한 긴장을 견디며 도둑질을 반복해야 하고, 살인을 했던 사람은 계속 그날의 처참했던 도끼질을 반복해야 하며, 근친상간을 했던 사람은 계속 자기 두 눈이 네 눈두덩이 속에서 섞여버릴 것만 같았던 부끄러운 육정을 반복해야 한다. 그게 지옥이다.
그러므로 지옥에 있게 될 때, 우리가 간구하게 될 사항은 뻔하다. 지옥에 던져진 우리가 바라는 희망은 단순하다. 이 반복으로부터 우리를 구해달라는 것! 그럴 때, 반복으로부터 우리를 가장 크게 구해내는 건 사랑이다. 사랑만이 우리를 반복의 지옥으로부터 구해낸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랑은 반복의 지옥에 빠진 우리를 번쩍 들어 단숨에 변화의 신세계에 올려주지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사랑은 반복되는 나날과 삶으로부터 우리를 일탈시켜주거나 해방시키는 것이 아니라, 반복을 온 마음으로 기다리게 하는 것으로 우리를 구원한다. ...영원히 반복하고 싶다! 그래서 사랑은 가장 큰 희망이다. 그것은 반복으로부터의 탈출이 아닌, 반복 가운데서 쉬게 하고, 반복 가운데 힘을 얻게 하며, 반복 가운데서 자유를 얻게 한다. 우리가 죽지 않고도 겪게 되는 지옥, 바로 반복으로 점철된 '지금-여기'라는 삶 속에서, 우리를 구해주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은 반복이라는 무의미한 형벌로 가득한 삶을, 반복이란 행위로 감싸고 돌파하는 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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