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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오래된 질문-이 땅에 교회를 설립하신 분의 뜻 본문

한 모금

오래된 질문-이 땅에 교회를 설립하신 분의 뜻

하나 뿐인 마음 2013. 9. 26. 08:56

오래된 질문

아주 오래전이었습니다.신학교 1학년, 새내기 신학생은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신앙캠프 준비로 아이들과 나무그늘에 앉아 신나게 기타를 치며 노래 연습 중이었습니다. 그 때 대학에 간 동창생 몇 명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저는 환한 웃음으로 그 친구들을 반겼지만 그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습니다. 성당 마당 등나무 그늘에 앉자 친구들은 쓴 웃음을 지으며 제게 물었습니다.
“재밌냐?”


그리고 아주 심각한 어조로, 조금은 탄식조의 한숨으로 제게 물었습니다.
“교회가 뭐고?”
“교회가 어디에 있어야 하노?”


그리고 몇 권의 책과 너덜너덜해진 복사물 뭉치들을 제게 던지고 돌아서 갔습니다. 그 책과 너덜해진 복사물 뭉치에는 80년대 이 땅의 고뇌와 아픔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부끄러움과 눈물로 밤새워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 때부터 친구들이 던진 두 가지 질문은 언제나 제 삶과 사제직을 성찰하고 교회를 바라보는 저의 질문이 되었습니다.


“교회가 무엇인가?”,

“교회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본당신부로 공의회의 정신에 따라 하느님 백성의 평등한 친교를 이루는 본당 공동체를 만들어 보고자 할 때였습니다. 높은 옹벽 위의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옹벽 위의 부유한 사람들과 옹벽 아래의 가난한 사람들이 살았는데, 그 지역을 한 공동체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겼습니다. 삶의 형편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활동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같이 할 수 없다는 쪽이 대세였습니다. 그 때 본당 신자들에게 제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교회로 산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이 땅에 교회를 설립하신 분의 뜻, 도대체 교회는 어디에 있어야 합니까?”


교회의 기쁨과 슬픔, 고뇌와 희망이 무엇인지 현대 교회에 하나의 이정표가 되고, 친구들의 오래된 질문에 답이 된 제 2차 바티칸 공의회가 개막된 지 올해로 50주년이 되었습니다. 공의회는 교회의 기쁨과 슬픔이 무엇인지, 교회의 고뇌와 희망이 무엇인지 이렇게 천명하고 있습니다.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 현대인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 받는 모든 사람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 제자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고뇌
이다.”(사목헌장 머리말 1항)

그리고 ‘중대한 오류’에 대해 ‘사목헌장 4장 43항’에서 이렇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종교 생활이란 다만 혼자서 하는 예배 행위와 어떤 도덕적 의무를 이행하는 것뿐이라고 여겨, 현세 활동은 종교 생활과 전혀 다르다는 듯이...일상생활과 그들이 고백하는 신앙사이의 저 괴리는 현대의 중대한 오류로 여겨야 한다. 이러한 추문은 이미 구약에서 예언자들이 격렬히 비난하였고(이사58,1-12참조) 더 더욱이나 신약에서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중대한 벌로 경고하셨다(마태23,3-33:마르7,10-12 참조)”


소식지가 많은 신앙인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지길 저는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의 활동과 그리고 소식지가 많은 신앙인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교회가 무엇인가? 교회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교회는 어디에, 어떻게 있어야 하는가?”


교회가 진정 이 땅에 파견된 그리스도의 인격人格으로서, 예수 그리스도 그분을 드러내고 보여주는 성사聖事가 되길, 그리하여 그분께서 하신 말을 하고, 그분이 만났던 사람들을 만나고, 그분께서 보여주신 연민과 자비와 사랑 그리고 희망을 보여주는 교회가 되길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영호 알폰소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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