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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앙통의 완벽한 수박밭 본문
코린 로브라 비탈리 글. 마리옹 뒤발 그림. 이하나 옮김.
앙통의 수박밭은 완벽했다.
누군가 수박 한 통을 훔쳐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앙통은 그 빈 자리를 볼 때마다 수박밭 절반이 사라진 것만 같았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도 생각했다. "우리가 피리를 불어 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울지 않았다." (루카 7,32)
어긋나는 건 '너' 때문이 아니라 서로의 문제다. 널 위해 피리를 불었더라도 네가 춤추지 않는다면 더 이상 요구할 수 없는 일이고, 날 위해 피리를 분 걸 알면서도 춤추지 않는 건 너 때문이 아니라 나의 선택이다. 살다보면 누군가가 내 밭에서 수박 한 통을 훔쳐가는 일도 생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밭이 온통 엉망이 되는 건 아니다. 안타깝지만 잃어버린 수박의 빈자리를 확대시키는 건 어쩌면 나 자신. 거기에 매달려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것도 나의 선택. 이럴 수밖에 없는 시간도 분명 있겠지만, 나에겐 다시 한 번 완벽한 수박밭으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 어쩌면 더 싱싱해 보이는 수박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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